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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찾은 민 하사의 부자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에서 가석방 상태로 막노동을 해가며 어렵게 살고 있는 북한동포 민홍구씨는 『인간답게 살고싶다』고 호소했다.
83년10월 북한에 입항한 일본 화물선에 숨어 타고 일본에 건너간 그는 이미 불법입국 죄로 4년 동안 형벌에 가까운 억류생활까지 치렀다.
그럼에도 일본당국은 민씨의 법적 신분을 불확정 상태로 놓아둔 채 주거를 제한하고 있다.
민씨는 최근 자기를 찾아온 일본신문기자에게 『현재 내게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일본정부는 나를 보호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북한에서 육군하사로 있다가 「정치적 망명」을 표방하고 일본에 입국한 민씨의 어려운 사정을 보면서 일본정부당국의 부당한 조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정치적 망명」으로 입국한 외국인에 대한 일본정부의 법적 처리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북한에서 배를 몰고 탈출하여 일본에 기항한 김만철씨 일가에 대해서는 곧 그가 선택한 제3국으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해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올 수 있게 했다. 그것은 인도주의나 국제법의 일반원칙에 합당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민홍구씨에 대해서는 국제법상의 난민대우마저 거부하며 장기억류와 주거제한 가석방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다.
둘째는 일본이 선의의 외국인을 자국민보호를 위한 인질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민홍구 하사를 송환하라고 요구하면서 일본선원 2명을 보복 억류하고있는 북한의 위협에 못이겨 민씨의 석방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민홍구 문제를 놓고 일본정부 안에서도 양론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법 우선의 법무성은 석방을 주장한 반면 대외관계를 중요시하는 외무성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석방에 반대했다. 결국 외무성 의사대로 낙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이 북한에서 복역중인 자국민을 보호키 위해 민씨를 계속 부자유 상태에 놓아둠으로써 일본은 인도주의 원칙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공산집단의 부당한 행위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민씨 문제는 다시 제기됐다. 그는 즉시 자유의 몸이 되어 국제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자유세계는 자유 없는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생명을 걸고 탈출한 인간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더구나 일본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일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자유세계의 일원이다. 따라서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데 어느 나라보다도 앞장서야 할 입장에 있다.
일본은 편협한 소리에서 벗어나 명분 있는 대의를 따라야 한다. 인간은 반인간적인 집단을 상대로 한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민씨는 즉시 그가 선택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다케시타」(죽하등) 수상 정부의 새로운 조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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