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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혹 풀 키맨 칼둔, 한국 장관들 자주 바뀌어 불편해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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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랍에미리트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 [중앙포토]

아랍에미리트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 [중앙포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지난해 12월 9~12일) 목적에 대한 의문과 관련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43·사진)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지난달 31일 청와대가 임 실장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청와대 측은 “각종 의혹은 1월 UAE 왕세제의 측근인 칼둔 청장의 방한 이후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칼둔 청장의 방한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었던 청와대는 이날 그의 방한 일정도 공개했다.

왕세제 측근 … 정·재계 요직 맡아 #최태원 회장과는 호형호제 막역 #청와대선 “그가 오면 다 해결 될 것” #박근혜 정부 때 방한 왕세제 일행 #MB 대신 총리와 식사 제의 거부

앞서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방문” “국제 외교 관례상 그 이유를 먼저 밝힐 수는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칼둔 청장은 UAE의 기업인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 FC의 회장으로 국제 사회에 알려져 있다. UAE 왕세제(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최측근으로 임 실장이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날 때 배석했다. 원전 사업의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일 뿐아니라 정부소유 투자회사인 무바달라 개발 그룹 이사 등 정·재계 요직을 두루 맡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칼둔 청장과 관련한 질문에 “중요한 인물이다. 칼둔 행정청장이 실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과도 만난 칼둔 청장은 최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SK그룹의 최고위 임원은 “최 회장과 칼둔 행정청장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16년 11월 직접 UAE를 방문해 칼둔 청장과 만나 중동 지역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칼둔 청장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를 아는 인사들은 칼둔 청장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시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근혜 정부는 UAE 원전이 MB 정부의 공이라며 적극적으로 돕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하메드 왕세제 일행이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이 전 대통령과 오찬 약속을 잡았는데 이를 안 박근혜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와 오찬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 대신 총리와 점심을 먹으라고 하니 (왕세제 일행이) 밥을 안 먹고 그냥 가 버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원전 비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UAE의 원전 1호기 준공이 1년 이상 늦춰지기도 했다.

10여 년에 걸쳐 칼둔 청장과 관계를 맺어온 또 다른 인사는 “그는 한국 대통령이나 장관에 대해 큰 관심을 안 둔다”고 말했다. 왕정 국가인 UAE로서는 한국의 ‘카운터파트’가 선거와 잦은 인사교체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칼둔 청장 입장에서는 과거 한국 장관이 와서 ‘처음 뵙겠습니다. 최 장관(2010~2011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입니다’하고 소개를 하고 갔는데 1년 뒤에 ‘another minister Choi’라면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UAE를 방문하는 걸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에 다시 윤상직 장관이 칼둔 청장을 만나러 왔다. 칼둔 청장은 한국의 장관들이 원전 계약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UAE 원전 수주와 연계된 군사 협력과 관련해서도 UAE의 요청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현 정부가 양국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군사 협력 수위를 조정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야권에선 “양국의 군사협력 내용 가운데는 UAE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군사적 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현 정부가 이를 수정하려 했다가 UAE측의 불만을 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칼둔 청장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왕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자문 중 한 사람이며 모하메드 왕세제 와 긴밀한 관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1984년 주 프랑스 UAE 대사였던 칼둔 청장의 아버지가 피살돼 모하메드 왕세제가 긴급 애도 성명을 내는 등 양 가문의 친분이 뿌리깊다는 말도 있다.

박성훈·하선영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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