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1시 충북 제천시 하소동 복합상가 건물. 새벽까지 내린 눈으로 비스듬한 건물 4층 위로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제천시가 화재로 타버린 외장재 등 잔해물을 제거하면서 건물은 앙상한 모습만 남았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1층 주차장은 불에 탄 채 뼈대만 남은 자동차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천정도 모두 다 시커먼 그을음과 철골만이 뼈대를 드러냈다.
참사현장 일부도로 통제 적막감 흘러… 분향소 시민 발길 이어져 #시민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충북도·시군, 해맞이 행사 취소
가끔 오가는 시민들이 건물을 쳐다보면서 “아휴~”라는 한숨을 내쉬었고 일부 시민들은 지난 21일의 참사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휴대전화로 건물을 촬영했다.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건물 주변 일부 도로가 통제되면서 참사 현장은 적막감만 흘렀다. 떨어진 잔해물로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건물 주변에 가까이 가는 것도 차단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고향에 다니러 왔다는 조모(46)씨는 “뉴스를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직접 와서 보니 그날의 참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희생되신 분들도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설치된 작은 분향소에는 시든 국화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근 상가를 찾은 시민들은 장을 보기 전 분향소에 들러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두 명의 자녀를 데리고 온 40대 여성은 “(돌아가신 분 중에는)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제천체육관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3일 분향소가 설치된 뒤 8200여 명의 조문객이 이곳을 방문,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 입구 오른쪽에 마련된 화이트 보드에는 시민과 가족이 남긴 메모로 가득했다. 메모는 어린아이가 삐뚤빼뚤하게 쓴 글부터 예기치 못한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담긴 글로 가득했다.
‘29명의 희생자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좋은 곳에서 이젠 편하게 쉬시길 기원합니다’ ‘엄마, 아프게 해서 미안해.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 큰딸이’ ‘항상 밝았던 우리 지성이 다음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 오래오래 살아’ ‘김다애양. 고생 많았어. 꽃을 피우지 못해 넘 아쉽네. 좋은 곳에 가서 행복하렴’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참사 현장 주변 도로는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등 제천지역 기관·단체에서 내건 추모 플래카드로 가득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은 해넘이·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연말연시를 차분하게 보내기 위해서다.
충북도 관계자는 “화재 참사로 유족과 제천 시민의 슬픔이 가시지 않았고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려한 새해맞이 축제를 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천=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