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북한산 게' 밀수 여전…"北 암호화폐 해킹은 새 자금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지린성 훈춘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북한산 대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CNN 캡처]

중국 지린성 훈춘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북한산 대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CNN 캡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 더욱 음성화·첨단화되고 있다. 북한산 해산물의 해상 밀수가 횡행하고, 사이버 해킹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가 북한의 새로운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8월 이후 줄었던 북한산 수산물 대폭 증가 #대게 1㎏당 110위안, 지난해 수준과 비슷 #170억원 날아간 유빗 해킹사건도 北 소행설 #암호화폐 가치 급상승…해킹 후 12배 올라 #中 선박 유류 밀수 장면도 美 정찰위성에 포착 #트럼프 "현행범으로 걸려…중국에 매우 실망"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동북지방에서 제재가 시작된 8월 이후 대폭 줄어들었던 북한산 게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서해 상에서 북한 어선과 밀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시내 시장에선 ‘북한산 바닷게를 판다’는 간판까지 내걸고 장사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의 단속이 그만큼 느슨하다는 뜻이다.
수급도 원활한 편이다. 실제 밀수량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가를 봐도 대게가 1㎏당 110위안(약 1만8000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사히는 대게와 털게는 물론 바지락 등도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업자들은 값싼 북한산 수산물을 포기하기 어려운 처지다. 북한산 금수 조치 직후인 9월에는 러시아산 대게가 1㎏당 400위안(약 6만5460원) 정도에 거래됐다. 밀수가 활성화되면서 북한산 수산물 중간유통지인 훈춘(琿春)에서도 영업을 재개한 도매상이 늘었다고 한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제재 전인 지난 7월 중국이 북한에서 수입한 수산물은 약 4500만 달러(약 480억원) 어치에 이른다. 중국의 대북 수입품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9월 이후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밀수량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북한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 해킹 사건도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유빗이 도둑맞은 비트코인은 전제 자산의 17% 정도인 약 170억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이 지난 19일 해킹으로 전체 거래자산의 상당량(약 170억원 규모)을 탈취당한 뒤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신인섭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이 지난 19일 해킹으로 전체 거래자산의 상당량(약 170억원 규모)을 탈취당한 뒤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신인섭 기자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최근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북한이 사이버부대를 적극 투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29일 보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76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해킹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닛케이는 “현재 가치는 (12배 정도 오른) 9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미 상당 부분을 매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의 제재 이행 의지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동중국해 공해 상에서 북한 측에 유류를 건네는 현장이 미국의 정찰위성에 수시로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예성강 1호'란 북한 선박이 서해 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위성 사진(10월 19일 촬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 선박(예성강 1호)이 서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위성 사진(10월 19일 촬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 예성강 1호의 환적 모습.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 선박(예성강 1호)이 서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위성 사진(10월 19일 촬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 예성강 1호의 환적 모습.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에 “(중국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며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 들어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내가 항상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일들을 정말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무역 압박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루 앞서 미국 국무부의 마이클 케이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중국이 석유 및 석유제품의 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관광 금지, 북한 노동자 추방 등 모든 경제적 유대 관계를 끝낼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