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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1987’ 함께 보러간 법치 수장들

중앙일보

입력

영화 1987 스틸컷.

영화 1987 스틸컷.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네 사람이 영화 1987을 함께 보러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김부겸 행안부 장관·문무일 검찰총장·이철성 경찰청장이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각 기관의 수장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해당 영화는 1987년 1월 15일 세상에 알려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다뤘다. 박씨는 사망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사건은 1월 13일 자정 무렵, 박 씨가 서울 신림동 하숙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 수사권 6명에 의해 영장도 없이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되면서 발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각종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학교 선배 박종운의 소재를 추궁 받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박씨의 사지를 수건으로 묶고 10여시간 동안 물고문을 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11시 박씨는 숨졌다.

박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해명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것이었다. 박씨의 죽음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돼 전두환 5공 정권이 무너졌다.

이 사건을 다룬 영화를 검찰과 경찰 담당 중앙행정기관장과 검경 수뇌들이 함께 관람한 것은 검·경 수사권 논의에 앞서, 공권력이 국민을 고문으로 죽게 만들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역사가 있었음을 잊지 말자는 게 4개 기관 수장이 만난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김부겸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더 잘 보호해야 한다는 데 검경 수사권 조정의 궁극적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를 주도한 것은 법무부 인권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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