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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년 3월 개헌…국가주석 3선 제한 규정 삭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더 강력한 2기 집권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시진핑 2기를 알리는 광고판 앞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더 강력한 2기 집권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시진핑 2기를 알리는 광고판 앞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AP=연합뉴스]

내년 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 베이징에 모여 2004년 최종 개정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개정안을 심의한다고 인민일보가 28일 보도했다. 27일 중앙정치국은 베이징에서 회의를 갖고 내년 1월 소집하는 19기 2중 전회(2차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에 제출할 헌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임기 규정 삭제하면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법적 기반 마련 #시진핑 사상·국가감찰위 추가될 듯…과학발전관 삽입도 주목

이번 헌법 개정안에는 지난 10월 19차 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게재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과 헌법 기구로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의 설립과 운영 규정이 추가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주석 임기 규정의 조정 여부다. 현행 중국 헌법 79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회기와 같으며 연임은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10년 이상 3선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과 달리 당장은 총서기 임기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

홍콩 명보는 28일 소식통을 인용해 “권력 구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개정 시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매 임기를 전국인민대표대회 회기와 같이한다’식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임기 규정을 삭제할 경우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7상 8하(67세 연임, 68세 퇴임) 관례를 깨고 15년 이상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헌법 개정은 ‘시진핑 사상’을 당과 국가의 지도 사상 반열로 올리겠다는 취지다. 현행 헌법은 서문에 “중국 각 민족과 인민은 계속해서 중국 공산당 영도 아래, 마르크스레닌주의·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3개 대표’ 중요 사상의 지도 아래…”라며 핵심 지도 사상을 명기하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을 병기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과학발전관도 함께 게재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망했다.

이를 위해 지난 30여 년간 2월에 열리던 2중 전회를 1월로 한 달 앞당겨 개최한다. 단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관례로 당 대회 이듬해 2월 2중전회를 열고 국가주석·국무원(정부) 총리·장관급 인사를 결정하고 3월 초 개막하는 전인대에서 확정해왔다.

국가 감찰 기능을 총괄하는 국가감찰위원회의 근거 규정도 헌법에 삽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베이징·산시(山西)·저장(浙江) 세 곳에서 시험 실시를 마쳤다. 지난 22일 전인대 상임위원회는 ‘감찰법(초안)’ 2차 심의를 마쳤다. 오늘 3월 전인대에서 헌법 수정안 통과 뒤에 감찰법도 통과 시행될 전망이다. 국가감찰위가 설립되면 중국의 국가 권력 기구는 기존의 ‘일부양원(一府兩院, 정부·법원·검찰원)’에서 ‘일부일위양원(一府一委兩院, 정부·감찰위·법원·검찰원)’ 시스템으로 바뀐다.

중국의 헌법은 지금까지 크게 네 차례 변화를 겪었다. 첫 헌법을 1954년 제정한 뒤, 문화대혁명 기간인 1975년과 78년 두 차례 개헌했다. 현행 헌법은 1982년 개정 헌법을 기초로 한다. 이후 1988년, 93년, 99년, 2004년까지 네 차례 부분 수정을 겪었다. 가장 최근인 2004년 개헌에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이 헌법 서문에 삽입됐다. 이와 함께 국가가 공민의 합법적인 수입, 저축, 주택과 재산의 소유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유재산권이 첨가됐다.

중국의 개헌은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인대에서 이뤄진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혹은 전인대 위원의 5분의 1이 개헌을 발의할 수 있으며, 전인대 대표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이 확정된다.
장리판(章立凡) 시사 평론가는 “이번 개헌에 시진핑 주석의 정치 철학이 추가될 것”이며 “이는 공산당의 ‘신시대’ 논리를 확정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장리판은 또 “시 주석이 전통을 따른다면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도 지도 사상으로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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