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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울산 동구, 기업 만족도 1위 … 완주군은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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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조선 산업의 중추 지역인 울산시 동구. 하지만 수년째 이어지는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현대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반면 울산 내 석유화학 기업은 호황을 맞아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에 울산시와 울산동구는 두 업종의 구직 중개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800여 명의 조선업 기술자들이 석유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이런 적극적인 행정 덕에 울산 동구는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업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대한상의 ‘전국 기업환경지도’ #228곳 지역기업 8700여 개 조사 #울산 동구, 조선업 위기 적극 대응 #실직 인력들 다른 업체에 취업 알선 #서울 강남 3구, 규제 많아 하위권 #성남시는 맞춤형 지원활동 큰 점수

경기도에서 금속제조업을 하는 A사는 임대기간이 만료돼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기게 됐다. 전라북도 완주군은 관할구역 테크노밸리에 A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금속제조업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을 변경했다. A사 유치로 300억원의 투자와 4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고, 완주군은 올해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지자체별 기업 경영여건을 조사한 ‘2017년 전국 기업환경지도’를 2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 228개 지자체와 8700여 개 지역기업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규제지도’라는 이름으로 규제 환경에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부터 이름을 ‘기업환경지도’로 바꾸고 평가 항목도 규제를 포함한 지자체별 지원과 관련 제도를 다각도에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기업환경지도는 ‘기업 체감도’와 ‘경제활동 친화성’ 2개 부문으로 만들었다. 각각 항목별 점수를 더해 절대평가 방식으로 S-A-B-C-D의 5개 등급으로 나눴다.

‘기업 체감도’는 관청이 인·허가나 영업활동 규제가 심하지 않은지(‘규제합리성’), 서류 간소화가 잘 돼 있는지(‘행정시스템’), 과도하게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는지(‘행정행태’), 공무원들은 공정하고 신속한지(‘공무원 태도’), 애로사항을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규제개선의지’) 등 5개 항목에 대해 기업들에게 주관적 만족도를 물어 평가했다.

올해 기업 체감도는 지난해보다 0.4점 오른 평균 70.5점으로 나타났다. 상위등급인 S(75점 이상)와 A(71~74점)를 받은 지자체도 올해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울산 동구가 1위, 서울 강북구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도봉·노원·성동·양천·중·동대문구 등 6개구가 A를 받았지만 강남 3구 등 10개구가 C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규제혁신팀 박광열 연구원은 “서울 같은 도심 지역은 건폐율·용적률 완화가 어렵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유통시설 등의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의 1위 비결은 ‘위기 대응’이다. 80% 이상이 조선 연관 업종인 까닭에 조선업 불황이 곧 지역사회 위기로 이어졌지만 동구청이 기업경영진·노조·협력사협의회 등과 수시로 만나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정부에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을 건의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 지역 기업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전라북도 완주군은 ‘경제활동 친화성’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경제활동 친화성은 대한상의와 교수 등 자문단이 지자체별 조례와 실적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점수를 매겼다. 기업이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 조례상 입지제한이나 건폐율·용적률 제한을 완화하는 조항이 있는지, 인·허가 기간을 얼마나 되는 지 등을 따졌다. 전국 평균점수는 79점으로 지난해보다 4.3점 올랐다.

완주군의 비결은 ‘기업유치 노력’이다. 완주군은 테크노밸리 2단계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 전용 농공단지를 새로 조성해 잇따라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활용이 엄격히 제한된 소하천 제방도로 점용허가를 유권해석으로 허용해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도 가능하게 했다. 완주군 관계자는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성에 맞춰 기업형·농촌형 일자리 ‘투트랙’ 전략으로 지금까지 2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와 비교해 경제활동 친화성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된 곳이다. 성남시는 올해 기업 관련 조례 12건을 개정하고, 1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단지 내 소공인 집적지구 지정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또 게임기업이 많은 지역특성에 맞춰 게임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맞춤형 기업지원 활동을 펼쳤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기업화경지도가 공개된 이후 지자체들 간에 우수사례를 서로 벤치마킹하는 등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덕에 지난해보다 상위등급 지자체가 기업체감도는 32%, 기업활동친화성은 4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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