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그들만의 교원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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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교원평가 시범실시 결과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사가 보도된 7일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원단체의 반발과 일선 학교의 외면 등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들여 한 일을 너무 폄하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입장에선 서운할 수도 있다. 학부모.학생 평가와 동료 교사 간 평가로 교사들의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취지의 교원평가를 시행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임용만 되면 정년을 보장받던 교사들이 긴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학부모 82%, 학생 73%, 교사 67%가 "교원평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김홍섭 학교정책국장은 "교사들의 오해가 상당 부분 불식됐다. 교원평가에 대한 기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허점투성이다. 평가라고는 하지만 설문조사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역이나 학교별로 교육환경과 수업방식이 다를 텐데 평가방식은 오직 한 가지였다. 그나마 개별 학교는 빼고 항목별 평균 점수만 공개했다. 예컨대 학생들의 수업만족도는 초등학교의 경우 72%가 넘고, 교사들의 85%가 '탁월.우수'평가를 받았다는 식이다. 어느 학교 교사가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현장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디서도 교원 개인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취재 결과 학생 수업만족도와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가 30%대에 그친 곳도 있었다. 학교마다 '당근'(2000만원)을 나눠주고 객관적인 평가를 독려했지만, 48개교 중 28곳은 동료교사 평가 결과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평가 자체를 거부해도 그만이었다. 방학 전인 12월에 급하게 평가가 진행돼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도 요인이 됐다.

시범운영 과정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7월에 67곳으로 확대 실시하는 2차 평가를 할 때도 이번처럼 엉성한 평가를 해서는 곤란하다. 교육부가 차근차근 문제점을 짚어 보고, 제대로 된 평가기준과 실시 방법을 짜내는 데 두 배의 심혈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교원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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