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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이카로스는 왜 추락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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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프랑스 화가 마티스가 1947년 그린 ‘이카로스’. 자신의 에세이집 ‘재즈’에 담긴 삽화 중 하나다.

*** 학생 글 - 조준희 (불암초 5년)

난 이카로스가 날개가 타서 죽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평균 체온이 36℃이다. 만일 체온이 40℃ 이상만 되더라도 사람은 죽을 수가 있다.

그런데 62~63℃ 이상이 되어야 녹는 밀랍 날개를 달고 있었다면 이카로스는 밀랍이 녹기 전에 이미 숨져 땅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그리고 열권보다 낮은 대류권과 성층권은 엄청난 영하의 온도다.

만일 이카로스의 체온이 올라가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더라면 이카로스는 대류권과 성층권을 날던 도중 죽었을 것이다. 성층권조차 -57 ℃나 되는데 더 이상 올라가기도 전에 얼어 죽었을 것이다. 만약 얼지도 않고 쪄 죽지도 않았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산소가 없는 중간권에서 숨이 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밀랍은 벌의 꿀로 만든 것이다. 벌의 꿀이 녹으면 매우 끈적끈적하다. 만일 이카로스가 열이 높은 대기권에서 떨어져 죽었다면 밀랍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날개가 몸을 덮어 떨어졌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 생각에도 확실하진 않지만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추워서 죽었던지, 밀랍 날개가 녹지 않고 체온의 변화로 죽어 추락했을 것 같다.

*** 총평

창의력 돋보이지만 신화의 상상력 인정해야

주장 글(논술)인데 ‘내 생각에도 확실하진 않지만’이란 말로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표현이 성에 차지 않는다. 하지만 ‘타거나, 녹아서 추락하지 않았다’는 논리계발을 위해 고투한 ‘생명력’이 글을 살게 한다. 읽는 맛도 감칠 난다. 무릇 재기발랄함과 진솔함이 창의력의 밑거름인 듯 싶다. 준희의 논리대로 이카로스가 설령 높이 날 수 있다손치더라도 대류권(10㎞, -92℃)이나 성층권(50㎞, -57℃)에서 얼어 죽어야 한다. 50㎞이상의 중간권에서는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할 수 있다. 준희 말이 또 맞다. 인간은 체온이 40℃ 이상이면 고온으로 죽을 수 있다. ‘인간’ 이카로스도 밀랍날개가 녹는 온도(62℃)까지 날아가기 전에, 이미 체온변화로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아주 옛날, 대기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던 인간의 (신화적) 상상력이 짜낸 인물이 아닌가. 그리스신화 그대로, 이카로스가 태양 가까이 날다 추락했다는 대전제 아래 ‘어디서’ ‘왜’ 떨어졌을 지를 과학적 근거로 밝히는 게 관건이다. 열쇠는 ’밀랍이 타다‘와 ’밀랍이 녹다‘의 차이다. 타기 위해서는 열(온도), 공기(산소) 둘 다 있어야 하지만 녹는 건 ‘열(62℃)만 받으면’ 된다. 그럼, -2℃부터 점점 온도가 올라가는 열권밖에 없다. 산소가 없으므로 탈 리 없고, 열권 어디선가 ‘열(62℃)만 받아’ 날개의 이음새인 밀랍이 ‘녹아’ 추락하지 않았을까. 시쳇말로 ‘신화’이니까, 이카로스가 아버지 말 안 듣고 태양 가까이 날다 어디선가 추락했다는.

*** 다음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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