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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트럼프는 중동을 어떻게 흔들었나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년, 그가 추진하는 정책과 발언에 전 세계가 여러 영향을 받았지만 그 중에도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동이다.
 CNN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지난 1년 동안 중동을 어떻게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세력과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동맹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긴장이 팽팽한 이곳에 트럼프가 더 큰 혼란을 던졌다는 내용으로, 한마디로 “미국 외교 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다.

예루살렘 논란으로 격화한 갈등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지난 6일, 트럼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3대 유일신교인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중동은 요동쳤다.

무함마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고,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중동은 물론 이슬람교도가 많은 아시아 국가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팔레스타인에선 유혈사태가 빚어져 현재까지 10여 명이 사망하는 등 갈등은 점점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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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트럼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CNN은 “현재 미국의 중동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책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경험이 많고 이 분야에 정통한 외교관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8년 중동 정세에 암울한 기운이 엿보이는 이유다.

트럼프의 남자, 빈살만의 부상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혼란스런 중동에서 올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급부상이었다.

32세의 야심가인 그는 국내에서 숙청을 단행하며 권력 기반을 다졌고, ‘주적’인 시아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국외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했다.
CNN은 “그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예멘 내전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며 카타르를 봉쇄하는 데 앞장섰고,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를 압박해 사임 발표를 종용했다”고 설명하며 “중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이 왕세자”라고 보도했다. 빈살만은 특히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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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의 남자'가 벌이는 일들이 과연 성공적일까.
방송은 “빈살만은 수많은 적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추진한 일들이 뜻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수십 년 동안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도 이란의 영향력은 오히려 역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지는 러시아의 영향력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포옹하며 환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AP=연합뉴스]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포옹하며 환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AP=연합뉴스]

미국이 중동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집중하며 다른 사안에 소홀한 사이 “올해 중동에선 러시아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9월 IS 격퇴를 위한 대테러전을 명분으로 군을 투입,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며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지만,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알 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기울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CNN은 “러시아가 터키와 함께 시리아 평화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을 때, 미국은 기껏해야 수동적인 관찰자였을 뿐”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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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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