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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기 바쁘네” 제천 참사 '악플'에 두번 우는 유족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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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피트니스센터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을 향한 악성댓글이 도를 넘어서자 악성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는 청원(좌)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연합뉴스]

충북 제천 피트니스센터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을 향한 악성댓글이 도를 넘어서자 악성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는 청원(좌)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연합뉴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관련 기사에 달리는 악성 댓글이 가족을 잃은 유족이나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에 고통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제천 화재 기사에 악플이 달리지 않도록 하거나 블라인드 처리 요청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제천 화재 유가족이라 소개한 글쓴이는 "제천화재 네이버 기사마다 악플이 달리고 있다. 말도 안되는 악플이 너무 많아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더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도 "제천 희생자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용어로 조롱하고 모독한 댓글을 처벌해 달라"고 청원했다.

제천 참사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유가족 청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제천 참사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유가족 청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실제 유가족 및 소방 당국 관련 기사에 도를 넘어선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꼬투리 잡기 바쁘구먼. 동정심도 사라지네", "애도하는 맘이 싹 달아난다. 유가족 갑질 장난 아니네" 등 유족을 비꼬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글을 올린 유족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악성 댓글에 대해 개인이 접기 요청을 신고하지만, 계속 생산돼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제천 참사와 관련해 올라오는 악성 댓글 중에는 이번 화재 사건을 세월호에 빗대 정치적 대결 양상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캡처]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에 반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라며 이런 악성 댓글이 사회 통합을 해치고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악성 댓글이 도를 넘어서자 23일 모든 기사 하단에 "피해자와 가족이 댓글로 상처받지 않도록 악플은 삼가달라"는 '제천 화재 사고 관련 댓글 협조 안내'를 공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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