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뜻밖의 난관…'눈만 오면 눈이 안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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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눈보라 속에서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준으로 자율주행차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험을 미시간주에서 실시한다. 눈길을 달리고 있는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사진 웨이모 트위터 캡처]

폭설과 한파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 북부 대도시들이 올겨울 ‘낯선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올 한 해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자율주행차들이다.

샌프란시스코 등 따뜻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센서 시험운행 주로 해 #악천후 대비한 시뮬레이션 소홀 #"쌓인 눈과 날리는 눈 다르게 인식" #핀란드선 초보수준 눈길 주행 성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들이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 북부 도시들에 자율주행차들을 보낸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눈(雪)’ 내리는 기후에 대한 적응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그동안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들은 샌프란시스코나 애리조나 지역에서 주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해 왔다. 기후가 온화하고 기상이변이 적은 지역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체 자율주행차인 2세대 크루즈(Cruise)로 시험주행을 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달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공도로에서 안전요원 없이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출퇴근 용도로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는 악천후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도로에서 신호를 파악하거나 접촉 사고 위험을 알아서 대처하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기술에 집중됐었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역시 지난겨울부터 이 문제를 연구해왔으며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할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FT에 따르면 이번 겨울에 우버는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에 나서고 웨이모는 디트로이트에서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리 독립한 뉴토노미는 보스턴에서 자율주행 앱을 실험하고, GM도 내년 초 뉴욕 맨해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업계가 겨울철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발업체들의 이번 겨울 테스트는 폭설이나 길에 쌓인 눈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눈이 시야를 가리거나 도로에 눈이 쌓인 날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훈련’시키는 일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있다. 우버의 자율주행차 리서치센터의 칼 웰링턴 엔지니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눈은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폭설이나 빙판길 등 겨울철 기후 악조건에도 안전하게 자율주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밝힌 업체는 없다.

다만 최근 핀란드 VTT 기술연구센터 등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안전하게 주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미 입력된 도로의 루트를 따라 앞차가 서면 같이 서고 접촉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하고 정차했다. 하지만 시야를 흐릴 정도의 악천후 상황에서의 시험주행은 시도되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릴 때 자율주행차의 센서는 눈발을 다른 물체로 인식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핵심 장비는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다. 라이더는 초당 수백만 개에 달하는 레이저빔을 지속적으로 발사해 레이저 광선이 센서에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한다. 보통 자동차 지붕 부분에 설치하는데 360도 시야각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설량이 많은 날 라이더 기능이 저하될 때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자율주행차의 완전 상용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뉴토노미의 칼 이아그너마 최고경영자는 “흥미로운 사실은 도로 주변에 쌓인 눈더미와 바람에 날려 자동차나 그 밖의 사물을 덮은 눈더미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가 눈과 관련해 풀어내야 하는 쟁점들은 결코 간단치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FT는 눈 내리는 환경에서는 운전자가 차를 모는 것보다 자율주행차가 어쩌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