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내생각은

'한글 - 훈민정음' 국보 1호로 지정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당시 재평가 작업 대상은 일제가 1934년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에 따라 지정한 것들이었다. 일제는 이 땅의 문화재를 샅샅이 파악한 뒤 1934년 조선 총독부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문화재 관리 번호를 매겼다. 그 결과 숭례문이 '별 뜻 없이'국보 1호가 됐다.

그러나 국보 1호를 다른 것으로 바꾸려면 먼저 몇 가지 해결할 일이 있다. 최근 학계에선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의 발견 경위와 원본 유출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간송 전형필 미술관에 소장된 '훈민정음'은 일본인 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가 조작해서 편집한 가짜라는 것이다. 오구라는 세종실록에 실려 있는 훈민정음을 베끼고 1940년대 규장각에서 발견한 '훈민정음 해례'라는 책과 하나가 되도록 짜깁기했다. 세종시대에 간행된 책처럼 꾸며 조작했는데 당시 책에서 발견되는 판심(版心)이나 쪽수가 없다. 세종이 붓글씨로 썼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책으로 간행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훈민정음'의 진본 여부가 판명이 안 된 상태다.

국보 1호는 외형 못지않게 상징성과 역사적.정신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 국보 1호를 진위가 의심되는 '훈민정음'이란 책보다 우리 문자인 '한글-훈민정음'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한글의 우수성은 외국학자가 이미 인정했다.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했다. '한글-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

최규일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