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일변도" 벗어나 "건강한 정서"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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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가 2O여명 출품…「민족미술 예쁜 그림전」
민중미술이 달라지고 있다.
종래의 민중미술의 큰 흐름은 국내정치 상황을 직실적으로 다루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민중·미술 흐름은 동시 대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표현방법도 은유적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민중미술의 변모는 현재 그림마당 민에서 열리고 있는 「민족미술 예쁜 그림전」(3일까지)을 통해 드러났다.
민족미술 협의회에서 문영태씨로 소유권이 넘겨진 그림마당 민이 첫번째 기획으로 마련한 이 전시회는 민 미협회원 작가들에게 출품을 의뢰한 후 김정헌(서양화가)·유홍준(미술평론가)씨의 선정을 거쳐 전시작품을 확정했다.
출품작품은 신학철 손장섭 임옥상 황재형 윤석남 김정헌 이철수 박재동 강행원 권순철 민풍기 김인순씨 등 2O여명의 작가가 81∼88년에 제작한 4O여점.
농민·도시빈민 등 소외계층을 주로 다루고 있으나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그들의 의지를 담은 긍정적인 시각이 많이 등장했다.
반면 정치현실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룬 작품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소외계층을 다룬 종래의 민중미술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지난날 계층간의 위화감 내지 그들의 버려진 삶에 대한고발이 중심이었던 것에 비하면 내용적으로도 크게 달라진 셈이다.
예컨대 태양을 가리는거 대한 바위를 여럿이 힘을 합쳐 밀어붙이는 모습을 담은 이철수씨의 『동터오는 새벽』이라든가 노점상등 시장주변을 소재로 한 박재동씨의 작품, 비닐부대에 농부의 평화로운 모습을 극사실로 담은 이종구씨의 『오지리 김재덕씨』등에서 이같은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등에 아기를 업은채 새참을 이고가는 농부 부인네의 뒤로 승용차를 타고 온 부인들이 땅값을 흥정하는 『밥Ⅱ』(신학철작)라든가, 거대한 대백산밑에 깔린 초라한 마을정경을 담은 『태백산 아랫마을』(황재형작) 등과 같은 어두운 작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색상이 밝아져 건강한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김정헌씨는 『민족미술의원 대한 이상을 그대로 살려가면서 건강한 정서와 시각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 말하고 앞으로 민중미술은 직설적인 문제제기보다 이를 승화시키는 목으로 변모해갈 것으로 내다봤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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