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우려의원 반발 무마에 진땀-이해 엇갈려 산고 겪는 소선거구 획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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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의 소선거구제 선거법안이 확정되자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게리맨더링 됐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의원들은 나름대로 불평이 분분하다.
인구 등가성을 고려하다보니 대도시에서는 「동대표」「아파트대표」가 나오는 판이고 당락에 정치생명이 걸려있는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선거법처리에는 이래저래 말도 많고 진통도 클 전망이다.

<호남은 교묘하게 「동결」>
○…민정당 안은 대도시의 선거구 수 증가폭을 가급적 줄이는 폭으로 기본구도를 짜면서 강세지역은 늘리고 열세인 호남은 교묘히 「동결」 .
대통령 선거때 우세했던 강원은 현12명에서14명, 충북은 8명에서 9명으로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호남(전북14·전남l8명)은 32명 그대로다. 경북이 1명(21명) 경남도 3명(23명)씩 각각 늘어 더욱 대조적이다.
강원의 경우 강릉에서 명주를 떼 양양에 갖다 붙였으며 「소양호생활권」이란 기발한 이름으로 춘성과 양구-인제를 연결.
경남고성은 인구(8만6천명)가 많고 인접 통영-충무(14만8천명)와의 지역 연고성이 비교적 적어 따로 떼었으나 「중량급」출마 예상자의 「교통정리」흔적이 보인다는 것.

<아파트단지 1∼2명 나와>
○…대도시 선거구에서는 동대표·아파트대표들이 속출하는 것도 문제. 서울처럼 인구밀집지역은 1개동이 웬만한 시골의1개 군보다 인구가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수개 동으로 이뤄진 서울관악구봉천동·신림동, 서대문구홍제동,양천구신정동,영등포구신길동, 동작구상도동, 부산 남구 대연동·부전동 등은 국회의원을 2명씩 뽑게되고 강동의 고덕아파트지구, 송파의 잠실아파트지구, 강남의 신반포아파트 지구에서도 의원 1∼2명씩이 나올 판이다.
인구하한선을 더 적게 잡은 야당 안은 「동국회의원」이 더욱 늘어나 면목동·미아동·목동·신월동·잠실동등도 1개선거구로 의원 1명씩을 내게된다.
야권단일 안은 엄격한 인구기준 (하한8만5천∼상한25만5천명)에 따라 두부모 자르듯 획정하다보니 행정구역이 인접하지 않은 지역을 묶은 과천-안산, 연천-가평의 기묘한 지역구가 나온 것도 문제.
이밖에도 생활권이 같은 시·군을 묶지 못하고 편의상 묶은 청원-보은, 김해군-의창, 월성-청도 지역도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어서 이런 「부적격 지역구」는 어차피 협상을 통해 조정될 전망.

<"서울선 30%도 못 건진다">
○…소선거구제로 입장을 바꾼 민정당은 서울·부산·광주등 대도시와 호남출신 의원들에 대해 설득과 무마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일부 의원들이 불만을 털어놓고 있어 2일 의원총회에서 최종결론까지에는 소동이 없지 않을 듯.
지난달 28, 29일 중진의원·중집위 간담회에서 이들 의원들은 『현지사정을 무시한 모양 갖추기』(곽정출) , 『서울· 부산· 호남에서 실패할 경우 정국 주도에 문제점이 생긴다』 (김정례)는 이의가 제기됐다.
이날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이론적으로 지적해온 이종찬 의원의 발언 여부가 주목을 끌었으나 이 의원은 『원내과반수 의석확보가 가능하냐』는 질문으로 대신하면서 약속을 이유로 중간에서 퇴장해 더 이상의 파문은 없었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은 △사생결단식의 극한대립 △심각한 선거 후유증과 정국경색 △진보세력의 원내수용불가능을 내세우고 있으나 소선거구제가 워낙 명분에서 우세해 여의치 못한 형평이다.
서울출신 의원 가운데는 『야당의원은 농촌에서 도시로 진출할 수는 있으나 우리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떠날 수 없다』는 한탄에서부터 『우리는 민주화 슬로건을 위한 「버리는 카드」』『득표률을 조금 높이려 나가는 격』이라는 비관·자조론이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으나 내놓고 반기를 들면 공천 탈락될까 겁먹고있다』고 분위기를 소개.
일부의원들은 『서울 43개 지구에서 30%나 건지겠느냐』며 비관론.
그러나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최소한 20석 이상은 무난하다』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한 소식통은 야당 인기가 급격히 떨어져 오히려 너무 많이 될까 걱정이라고 선거결과에 낙관.

<"두 김씨 재생용이다"비난
○…야권통합의 고리로 소선거구제단일안이 마련되자 민주·평민양당 의원들은 도농간, 지역별로 각양각색의 반응.
특히 소선거구제로 맞붙을 경우 당선 가능성이 엷은 민주당의 농촌출신 의원들은 소선거구제 당론 선회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면서 단일안을 확정지을 2일의 의원총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민정당의 아성이랄 수 있는 경북은 물론 여성이 강한 강원·충남북·경남지역 출신 의원들은 반발이 심한 편.
중선거구 제 당론 선회를 주도한 김현규 총무는 『야당이 많이 당선될 수 있는 명분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느냐』고 했고, 김현수·이영준 의원 등은 『야당이 통합하더라도 소선거구제를 하면 야당은 「몇명만」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
황낙주·반형식 의원 등은 통합과 소선거구제 채택이 두 김씨의 「재생용」이라며 공공연히 두 김씨의 의도를 비아냥거리고 있는데 이들 의원들의 반발 양상도 어느 정도 눈치를 보는 형세인 것이 사실이다.
지도부는 서울·부산·대구 등 지역구가 대폭 늘어나는 대도시의 「선거구교체」카드를 구사할 수 있어 일부는 이 카드로 무마하고 일부에 대해선 반대하면 「공천탈락」의 위협적 무기(?)로 대응한다는 구도.
이에 따라 농촌출신 일부 중진의원들의 대도시 진출설이 파다한데 서울지역구설이 나돈 김동영 전부총재 (산청-거창)는 이를 부인하느라 진땀.
구미-선산을 포기하고 대구 달서구 이적설이 파다한 김현규 원내총무는 최근 대구로 내려가 현지 분위기를 살펴봤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일부 농촌회원들의 대도시 진출은 불가피할 것 같다는 게 지배적 관측. 그러나 당사자인 김 의원은 대구 이적설을 한마디로 부인하면서도 대구로 가도 「달서」보다 「중구」쪽이 될 것이라고 전언.
한편 평민당 의원들 대다수도그동안 소선거구제 관철을 주장해왔지만 속으로는 민주당측의 중선거구제 관철 노력에 성원(?)을 보냈던 게 사실이어서 이제 쉽게 당선되기는 틀린 상황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내심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민주당에 비해선 지역적으로 김대중씨의 영향력이 먹히는 유리한 상황에 있으므로 큰 동요는 나타내 보이지 않으나 2명을 선출하던 곳이 1명으로 돼버린 지역구의원들은 반발.
이용희 의원은 지역대표성을 들어 행정단위별 소선거구제 실시를 주장했고, 고재청 의원 (담양-곡성-화순)은 『담양은 인구가 2백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곡성과 묶였다』고 역시 문제점을 제기. <박보균·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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