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차거부 신고 90%가 증거불충분 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승차거부 삽화

승차거부 삽화

30대 직장인 A씨는 심야 퇴근길에 서울 강남구에서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했다. 이에 길 건너편 빈 택시를 보고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전력 질주를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탄 택시의 기사는 A씨의 목적지를 들은 뒤 “유턴할 수 없으니 건너가서 타세요”라고 말했다. 불과 몇 십 m만 가면 유턴이 가능한 곳이었다. 기사와 언쟁하기 싫었던 A씨는 다시 길을 건넜다.

알쏭달쏭 승차거부 감별법 #“유턴 못한다” “골목길 안 들어간다” #승차거부 녹취·영상 증거 확보해야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의 행위는 승차거부일까. 유턴이 가능한데도 승객을 내리게 했다면 명백한 승차거부다. 이 경우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에 차량번호와 신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말하면 신고가 접수된다. 그러나 택시기사에게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지려면 녹취나 영상 등 증거가 필요하다.

김정선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20일 “승차거부 신고의 90%는 ‘증거불충분’ 판정을 받는다. 택시기사가 승객의 신고 내용과는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 처분이 어려울 때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기사와의 대화 내용을 녹취하거나 택시 안과 택시 주변 상황을 촬영해 증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승객이 택시호출 앱에 입력한 목적지가 탑승 후 달라졌다며 하차시키면 어떨까. 승차거부다. 승객의 목적지와 반대 방향으로 간다면서 태우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예약등을 켜놓고 승객을 골라 태우거나, 단거리 목적지 운행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도 대표적인 승차거부 사례다.

승객이 하차할 때도 승차거부가 성립될 수 있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골목길인데도 들어가지 않고 승객을 일찍 내리게 하거나, 함께 탄 일행의 목적지가 다른데도 한곳에서 내리게 하면 해당한다. 승차거부는 ‘3진 아웃제’가 적용돼 세 차례 적발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으면 택시 운전 자격이 취소된다.

기사가 운행을 거절했는데도 승차거부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서울면허를 가진 택시가 분당·일산 등 서울 외 지역으로의 운행을 거부하거나, 경기면허 택시가 서울 시내에서 서울이 목적지인 승객을 안 태우는 경우 등이다. 목적지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승객을 안 태우면 승차거부가 아니다.

승차거부 증거 자료는 서울시 교통지도과가 운영하는 e메일(taxi120@seoul.go.kr)로 보내면 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