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이 아닌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야생동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게 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9일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초경량 야생동물 위치추적기(위성항법장치, GP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위치추적기는 무게가 17g, 가로 4.9㎝, 세로 3.7㎝, 높이 1.6㎝로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위치추적기 중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볍다.
이번 위치추적기는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주)한국환경생태연구소가 2015년 12월부터 진행한 과제를 통해 개발됐다.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는 5억원이다.
이번 위치추적기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해외 제품(캐나다 로텍, 25g)과 비교할 때 30% 이상 무게를 줄인 것이다.
환경산업기술원 권성안 기술개발2실장은 "인공위성을 직접 활용하는 9g 무게의 해외 위치추적기가 장비와 위성사용료 등에 약 1000만원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장비 가격과 통신사용료가 약 180만원으로 80%까지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 추적기는 방수 기능도 갖추고 있어 양서파충류와 같이 수중과 육상을 오가는 동물의 이동행태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 태양전지를 이용한 자가충전 방식을 적용해 최대 3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추적기에는 데이터 저장 기능도 들어있어 이동통신망과 연결되지 않는 시베리아나 몽골 등지로 철새가 이동하더라도 약 6개월 동안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통신망과 재연결되면 바로 전송하게 된다.
연구진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괭이갈매기 두 마리를 대상으로 이번 위치추적기의 성능 실험을 진행했고, 충남 태안 인근 서해안에서 이동 경로 데이터를 전송받는 데 성공했다.
또 8월부터는 붉은귀거북과 보석거북에도 부착해 방수기능과 수압에 의한 데이터 송수신 정확도도 점검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대표는 "인공위성의 경우는 위치를 추적하는 데 오차가 수 킬로미터까지 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하는 철새에 유용하지만, 이동통신 방식은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어 국내 이동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오리류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이번 초경량 위치추적기로 몸무게가 작은 홍머리오리나 원앙 등도 추적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무거운 추적기로는 몸무게가 1㎏ 정도인 청둥오리에는 적용이 가능했지만, 몸무게가 500~800g인 홍머리오리나 원앙에도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야생동물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할 때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 몸무게의 3%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