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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3명서 같은 항생제내성균 확인” … 병원 내 감염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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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대목동병원은 병원 내 ‘임산부의 날 대통령 표창’ 홍보 현수막을 철거했다.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은 병원 내 ‘임산부의 날 대통령 표창’ 홍보 현수막을 철거했다.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3명에게서 시트로박터 프룬디라는 항생제 내성 세균이 검출됐다. 3명에게서 공통된 균이 나온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18일 밤 “사망한 신생아 3명에 대해 사망 전 채취한 혈액배양검사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되었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질본, 숨진 신생아 혈액 검사 발표 #“건강한 성인에 있는 세균이지만 #면역저하자 호흡기·혈액 감염 유발” #국과수 “정맥 영양주사 공통점 #4명 모두 소장·대장 가스 팽창 #수액·투약 오류인지 살펴봐야”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게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서 병원감염으로 발생한다. 호흡기·비뇨기·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자에게서 같은 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병원 내에서 감염됐다는 걸 의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기들이 순차적으로 숨졌고 몇 시간 전에 여러 증세가 있었다는 건 세균 감염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같은 균이 나오면 병원 내 감염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균은 장내세균과의 통성혐기성 그람음성막대균이다. 물·토양·음식, 동물이나 사람의 장관에서 흔히 발견된다. 사람은 주로 의료관련 감염으로 전파된다. 항생제 내성이 잘 발생하는 수퍼박테리아에 준하는 균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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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균에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와 접촉할 때 감염된다. 신생아 장 내 균이 모여 있을 때가 많으며 의료진의 손을 통해 유행한 사례가 몇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균이 같으면 수액 오염 가능성이 크다. 제조 후 운반 과정이나 병원 보관 중에, 병원에서 수액 주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지난 9월 생후 5개월 아이가 맞던 수액에서 날벌레가 발견된 적이 있다.

이 균이 혈액 속에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패혈증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숙아는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패혈증에 따른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 패혈증은 핏속에 균이 자라는 건데 원인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같은 균이 나오면 공통 원인에 의한 원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이 2002~2014년 신생아 중환자실 환자 5223명 중 사망자 97명(1.9%)의 사인을 조사했다. 감염에 따른 패혈증(sepsis)이 15.5%로 가장 높았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8일 부검 결과 기자회견에서 미숙아 4명의 사망 원인으로 수액세트·투약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사망자 3명에서 세균이 발견됐지만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추정했다.

국과수는 이날 기자단과의 일문일답에서 병원 내 감염이 사망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경무 법의조사과장은 “균에 동시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사망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면역 상태가 다르고 몸 상태가 다르다. 신생아가 동시에 사망한 원인을 감염균으로 보기 어렵다. 4명이 함께 감염됐을 수 있다. 즉 같은 질환에 노출됐을 수는 있으나 동시 사망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의학적 상식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감염체 외에도 아이들의 수액 세트, 투약한 약물 등의 확보된 증거물 내에서 의무 기록 등을 살피고 있다. 저희가 약물을 분석하고 검사하는 단계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넷이 정맥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완전 정맥 영양’을 한 공통점이 있고 여기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 과장은 “어떤 병원에서 쓰는 약물이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특정 약물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과도한 양의 염화칼륨이 투입되면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어린이병원 교수도 “의료진이 칼륨의 주입 단위를 잘못 보고 과도한 양을 투입하면 심정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4명 아기의 소장·대장의 가스 팽창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양 과장은 “장에 가스가 차는 원인이 다양하다. 아이들이 저산소증에 빠져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에 장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서 가스가 찬다. 또 미숙아는 우유를 제대로 먹지 못해 장내 세균 수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가스가 찰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이민영·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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