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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펜화공방]안숙선·김덕수 찢기고 부러진 북채

중앙일보

입력

끝이 깊이 팬 안숙선 명창의 북채(위)와 가지만 쳐낸 탱자나무북채(가운데). 아래는 김덕수 선생의 부러진 북채. 테이프를 감았다.

끝이 깊이 팬 안숙선 명창의 북채(위)와 가지만 쳐낸 탱자나무북채(가운데). 아래는 김덕수 선생의 부러진 북채. 테이프를 감았다.

어쩌다 안숙선 명창과 사물놀이 김덕수 선생을 2주 간격으로 봤다.
서로 ‘누이 동생’으로 부른다. 68세인 안 명창이 세 살 위다. 둘은 1959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만났다. 안 명창이 남원국악원 농악대 소속으로 나온 이 대회에서 뜻밖에도 7살짜리 꼬마 김덕수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인연이 이어져 안 명창은 사물놀이의 1대 소리꾼이 되었다.

안 명창은 인터뷰 내내 꼿꼿했다. 감기몸살이 심해 안색이 좋지 않은데도 내색하지 않았다. 앉은 자리 옆에 놓인 북과 북채 둘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 가는대로 번갈아 쥐고 쓰는가 싶었다. 껍질을 까지 않은 북채가 좀 더 길다. 껍질을 까서 다듬은 북채 손잡이는 반질반질하다. 그 끝은 한 바퀴 돌아가면서 울퉁불퉁 패었다. 북 모서리를 두드릴 때 조금씩 떨어져 나간 자국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뚝 부러질 테다.

김덕수 선생 인터뷰를 마치고 손때 묻은 물건을 하나 청했다. 어디서 북채를 하나 찾아 왔다. 가운데를 테이프로 단단히 두른 북채였다. 이놈은 끝이 패일 새도 없이 나뭇결 따라 쭉 쪼개져 있었다. 망가진 놈을 이렇게 수선해 쓴다. 김 선생 손에 걸린 북채는 수명이 몇 달을 넘기지 못한단다. 온힘을 다해 두드려대는 난장판이니 배겨날 재간이 없겠다.

“한 20m 되는 땡글땡글 한 바위에 뽕나무 막대기로 장단치면서 공부했는디요.
한 3년쯤 때렸을까. 어느 날 고함을 지르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세게 때렸는갑소.
사방 1m쯤 되는 바위가 툭 떨어져 버립디다.
얼마 뒤 희한하게도 목청이 확 터져버렸소.”
배일동 명창이 지리산에서 수련할 때 겪은 일이다. 권혁재 중앙일보사진전문기자가 쓴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배 명창에게 물어봤다. 북채는 무슨 나무로 만드시오. 탱자나무와 박달나무를 주로 쓴다고 했다. 단단하기로 이름난 나무들이다.

차돌 같은 나무가 소가죽과 바위에 부딪히며 깊이 패고 뚝뚝 부러져 나간다. 그 나무에 얻어맞아 소가죽이 찢기고 바위가 떨어져 나간다.
경지에 오르는 지름길은 없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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