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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 오청성, 이국종 교수에 자필 편지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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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귀순병사 오청성(25)씨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남긴 자필 편지.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25)씨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남긴 자필 편지.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25)씨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기기 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비롯한 의료진에게 자필 메모로 감사를 전했다.

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오씨는 이 센터장에게 1차 수술을 받은 지 32일 만인 지난 15일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 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말미에는 ‘오청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크게 눌러썼다.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이 편지를 본 탈북작가 김혁씨는 “북한 주민 대부분이 원하는 태양 서체”라며 “잘 쓴 글씨로, 쉽게 저 정도까지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필체를 ‘태양 서체’, 김정일 필체를 ‘백두산 서체’라고 부르며 떠받든다. 반듯하게 쓰지 않고 우상향하는 서체가 특징인 ‘주체 필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쓰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글씨체. 반듯하게 쓰지 않고 우상향하는 것이 매우 흡사하다.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글씨체. 반듯하게 쓰지 않고 우상향하는 것이 매우 흡사하다.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은 2014년 7월호에서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장군님(김정일)의 필체인 백두산 서체를 배우기 위해 많은 품을 들였다”고 선전했다. 북한 인터넷 매체 ‘조선인포뱅크’는 2004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엄청난 노력 끝에 김일성 주석의 필체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김씨는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저 글씨체를 많이 따라한다”며 “오씨의 글씨체를 보면 상당히 여유로운 환경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글씨를 잘 쓰려면 종이나 잉크, 펜이 필요한데 이를 보장받은 사람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위급 자제나 공부를 잘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씨는 자필 편지 외에도 이 센터장에게 “주한 미군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헌혈도 많이 하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오씨에게 법학개론 책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가 어릴 때부터 군 생활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 했다고 해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취지라고 이 센터장은 밝혔다.

이 센터장은 또 “오씨가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씨’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잘 치료받게 돼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15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귀순 동기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오씨는 부축을 받아 몸을 움직일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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