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공화국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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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뫘다. 노태우 13대 대통령의 취임으로 마침내 헌정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실현되고 제6공화국의 막이 올랐다. 이로써 유신이후 빼앗겼던 국민이 선택한 정부, 정통성 있는 정부가 회복됐다.
노 정부의 출범을 우리가 굳이 새 시대라고 부르고 5공화국과 구별해 6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맞을 시대가 보낸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절대적인 국민적 약속과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해 지난 날 그토록 고통스럽게 겪었던 권위주의 체제는 영원히 가고 이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 정부는 이것을 약속했다. 6·29선언으로, 선거공약으로, 당선인사로, 대통령 취임사로 거듭거듭 약속했다. 앞날이 과연 새 시대일지, 5공화국의 연장일지는 노정부가 이 약속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하루 아침에 완전한 민주주의가 이 땅에서 실현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주문을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노 정부는 비록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성립된 정통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36·7%의 지지에 의한 집권이고 스스로 권위주의적 구세력의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기를 바라고 싶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무엇보다 체질의 민주화를 국민 앞에 실증해 보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수많은 웅변과 공약이 있었지만 아직도 새 집권 세력의 체질에 대해서는 의심의 시선이 다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사문화 적, 권위주의적 체질이 그동안 변했다 한들 얼마나 변했겠느냐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인적구성과 정치 행태·정책발상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새시대의 의지를 가시화 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전에 막을 내린 5공화국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5공화국의 집권세력이 왜 고통을 받았고 좌절을 겪었는지, 어떤 일로 비난을 받았고 국민분노를 샀는지 헤아려 보면 상당한 부분에서 답은 자동적으로 나올 것이다. 의회와 정당의 운영, 정당간의 관계, 언론·홍보정책, 각종 수사기관의 운영, 각종 사회단체와 정부와의 관계 등에 관해 지난날을 생각하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쉽게 가릴 수 있고 그런 바탕 위에서 일의 우선 순위와 완급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과 함께 정부 자신의 위상 정립문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국민화합을 표방하는 새 정부로서 학원·노사문제, 빈부격차 등 산업화에 따르는 과제와 광주사태 등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일정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정책간 모순이 나타나고 문제마다 적용기준이 틀리는 자가당착이 나올 수도 있으며 손에 익은 대로 불쑥 구시대적 대응을 하기도 쉽다.
새 정부는 많은 도전에 부닥칠 것이나 대응수단은 극히 제한돼 있다. 과거처럼 독주·탄압·묵살의 대응은 불가능하며 대체로 타협과 설득의 방법뿐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연 천한 정치경험 등의 사정 때문에 새 집권 세력의 협상 력·정치력은 별로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선거법협상에서 보듯이 새 정권은 야당을 설득하고 바람직한 정치상황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앞으로 대 야당관계에서는 물론 모든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국민을 설득 않고 될 일은 없다. 이점에 관한 스스로의 숙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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