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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이스북·네이버 ‘인터넷 무임승차’ 제동 걸리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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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01면

[뉴스분석] 美 망 중립성 폐기, 미디어 시장 빅뱅 신호탄

지난 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내린 망 중립성 폐기 결정은 사실 단순한 논리를 담고 있다. 네트워크 역시 민간 기업의 비용 투자로 구축되는 일종의 상품인 만큼 이를 100% 공공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더 이상 인터넷에 ‘무임승차’하지 말라는 의미다.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은 앞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 비용을 망 사업자에게 내야 할 수 있다.

플랫폼 업체 우위 구도 지각변동 #통신사업자·미디어 제휴 길 열어 #스타트업 성장동력 훼손 우려도

망 중립성은 2003년 팀 우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처음 사용했고, 불과 2년 전인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원칙으로 천명한 사안이다. 그렇지만 미디어 시장과 인터넷 환경은 플랫폼 업체 우위로 급속도로 변했다. 구글만 하더라도 애플에 이어 전 세계 시가총액 2위(약 796조원), 페이스북은 5위(약 564조원)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시총(27조8000억원)이 SK텔레콤(2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플랫폼 업체의 득세로 시장 지위가 위태로웠던 망 사업자와 미디어 업체 사이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규모의 경제 경쟁 역시 촉발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TBC나 tvN 등이 네이버나 카카오·유튜브 대신 통신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한끼줍쇼·삼시세끼 같은 콘텐트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의미다.

FCC의 결정에 문재인 정부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망 중립성 완화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고,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CC의 결정을 국내에도 적용한다면 통신 대기업은 적어도 자사의 콘텐트 서비스를 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T는 자사의 음원 서비스(지니뮤직)를 KT 가입자 전체를 상대로 무료 서비스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을 활성화하면 소비자의 추가 부담 없이 망 중립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로레이팅은 게임·동영상 등 특정 서비스를 소비자의 데이터 차감 없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SKT는 게임 ‘포켓몬 고’, KT는 내비게이션을 제로레이팅으로 공급하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 기조가 통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 대기업의 비용을 페이스북·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망 중립성 폐기가 신생 기업의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통신 대기업이 데이터 제한, 속도 조절 등의 차별적 방법으로 신생 기업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차별적 가격 부과나 자사 콘텐트 우선 정책으로 영향력을 남용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이나 중소 콘텐트사업자(CP)는 망 사용료를 낼 만한 여력이 없어 한국이 어렵게 이뤄 왔던 인터넷산업 혁신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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