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테러 인책 가능성|김정일 세력 일단후퇴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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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설>북한 군 총 참모장의 경질은 그 지위상 중대한 권력구조의 변동일 뿐더러 최근 발생한 KAL기 폭파사건 및 중공 국경지대에서의 화약수송열차 대 폭발사건 등과 관련한 인사의 일환일수 있다고 볼 수 있어 매우 주목된다.
전 총 참모장 오극렬은 당초 공군출신으로 공군사령관까지 지냈으며 지난 79년 9월에 3군을 통괄하는 총 참모장에 임명됐었다. 오는 이른바 혁명 제2세대의 기수로서 김정일의 총애를 받아 부자세습 체제수행의 강경 선봉 역이었으며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인민 무력부장 오진우가 80년대 중반이래 노령과 신병으로 칩거생활이 계속되는 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봤다.
오극렬의 다음 보직이 확실치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신임 최광은 이미 해방 전부터 김일성·오진우의 수하에서 항일유격대로 활약했던 군부중진의 하나로 북한군 통수체계가 구 체제로 역류된 셈이다.
최는 지난63년에 총 참모장에 올랐다가 69년 2월 유일 사상 체계에 도전하는 해당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숙청되었다. 그 후 10년여만에 신임을 다시 받아 복권되었고 81년이래 정무원 부총리로 재직해왔다.
지난 2월12일 북한은 정무원 일부 고위직의 인사이동을 발표, 최를 부 총리직에서 해임한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이때 군부의 이동이 함께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총 참모장의 변동은 일단 김정일 세력의 후퇴로 볼 수 있으며 정무원의 일부 외무·경제 고위관료들을 주축으로 한 온건세력의 득세와 도전 속에 새로운 통치질서를 모색하려는 고충에서 단행된 것 같다.
이는 김일성의 친정체제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당의 조직·홍보 및 군에 대한 김정일의 영향력 행사는 적어도 당분간「자숙」할 것으로 보인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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