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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2회’ 수험생·학부모 “환영”, 전문가 “넘을 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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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열린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고 있는 수험생들.[중앙포토]

지난 달 23일 열린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고 있는 수험생들.[중앙포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 번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교육부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8월 수능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수능 2회 실시 검토는)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수능 2회 실시 방안을 내년 발표할 대입제도 개편안의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시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수능을 여러 번 보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단 수험생과 학부모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 학생들 사이에선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건 잘못’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이번 포항 지진처럼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수능을 한 번만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치른 재수생 전모(19)씨는 “한 번만 응시해서 진로를 결정한다는 건 수험생 입장에선 매우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해엔 수능 보기 전날 감기에 걸려 1교시를 망쳤다”며 “평소보다 2개 등급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수능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도 1회 수능은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는 데 공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운용(41·경기 고양)씨는 “미국도 여러 번 시험을 친다는데 왜 우리만 한 번 봐야 하느냐”며 “‘한판승부’라는 심리적 부담이 줄면 시험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18 대입 정시설명회.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18 대입 정시설명회. [연합뉴스]

 실제로 수능의 모델이 된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Scholastic Aptitude Test)은 복수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응시 시기도 3학년 때로 정해져 있지 않고 고교 1~3학년 중 어느 때나 지원할 수 있다. 한국처럼 고3 때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도 덜하다.

 유석용 서울 서라벌고 3학년 부장교사는 “현재는 수능이 끝나면 수업이 제대로 안 이뤄져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끝낼 수 없다”며 “수능을 자격고사처럼 여러 번 치르게 해서 준비된 학생들은 학생부전형 등을 치를 수 있게 한다면 공교육이 정상화 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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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진학부장은 “수능을 두 번 보자는 제안은 이미 여러 번 제기됐다 실패한 안이다. 절대평가가 된 수능을 2번씩이나 치르면 변별력이 매우 떨어져 입시에서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도 문제다. 안연근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공동대표(잠실여고)는 “1·2회 수능 간의 시험 범위가 달라져 형평성 논란이 있을수 있다”며 “시험범위를 맞추게 되면 고교 교육과정 중 제대로 못 배우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 1·2학년 때 나눠보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창명 서울 휘문고 진학부장은 “지금처럼 3학년 때만 시험을 보면 학교 수업이 수능에 종속된다”며 “자격고사로 전환해 1·2학년 때 수능을 보고 나머지는 진로교육이나 심화학습에 집중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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