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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철수 지시했다”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에 2년여간 참여했던 러시아군의 철수를 11일(현지시간) 지시했다.

시리아 내 러 공군기지 깜짝 방문해 철수 선언 # “시리아 내 가장 강한 테러리스트(IS) 궤멸시켜” # 구체적 일정과 규모는 언급 없어…내전 개입 2년 여만 # 러시아 지원했던 정부군 승리로 내전 마무리 단계 #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를 깜짝 방문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포옹하며 환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AP=연합뉴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를 깜짝 방문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포옹하며 환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AP=연합뉴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집트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 시리아 북동부 라타키아에 있는 흐메이임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군인들에게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시리아 내) 러시아군을 원 주둔지로 복귀시키는 일에 착수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2년여간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함께 가장 전투력이 강한 시리아 내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궤멸시켰다”며 “시리아는 독립 주권국으로 유지됐고, 난민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내전 종식을 위한) 유엔 주도의 정치적 해결 조건이 조성됐다”고 철군 지시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전력을 철수시킬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주력 전력 철수 뒤에도 러시아가 시리아로부터 장기 임대한 흐메이임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계속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푸틴은 이날 기지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별도의 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시리아 내전이 그동안 러시아가 지지했던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돼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24일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규모를 올해 내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군사개입보다는 시리아의 정치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지난 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총장은 자국 주재 외국 무관들을 위한 연례 브리핑 자리에서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모든 부대가 제거됐고 시리아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해방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국방장관이 (시리아) 테러리스트들을 완전히 궤멸시키면서 유프라테스강동서안 작전이 마무리됐다고 보고했다”면서 시리아 작전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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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2015년 9월 시리아 내 IS 조직 격퇴를 위한 대(對)테러전을 명분으로 내걸고 현지 내전에 개입했다. 시리아 북동부 흐메이임 공군기지와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전초기지로 이용해 IS 근거지와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반군 부대들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정부군을 지원했다.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군이 아사드 정권 지원을 위해 IS가 아닌 반군 공격에 주력한다는 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리아 정부군을 전폭적으로 도와 내전을 사실상 승리로 이끌었다. 현재 이란, 터키 등과 손잡고 내전 종전과 전후 복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의 칸세이칸 지역에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습으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수십명이 숨졌다. [이들리브미디어센터]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의 칸세이칸 지역에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습으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수십명이 숨졌다. [이들리브미디어센터]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4만여 명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했다. 지난 4월 초에는 정부군이 반군 지역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군 기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을 명령하기도 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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