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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롯데의 성장동력 싹트는 루이지애나 공사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현지시간)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일대에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텍사스주 휴스턴 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는 동안 곳곳에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가 할퀴고 간 상처가 나타났다. 여전히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선 뒤 30분 정도 더 들어가자 인구 7만의 도시 레이크찰스에 도착했다.

지난해 6월 기공, 내년 10월 완공 목표 #현재 60% 이상 공정률로 순항하는 중 #화학계열사, 롯데그룹 영업익 60% 이상 #신동빈 회장 지속투자가 초석 만들어 #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6월부터 짓기 시작한 에탄 분쇄와 에틸렌 글라이콜(EG) 생산 공장은 멀리서도 알아챌 수 있었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108m짜리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의 황진구 상무는 “1600t에 달하는 워쉬 타워라는 구조물인데, 국내에서 제작돼 한 달 반 동안 배로 실어와 지난 9월 말 설치를 끝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높이 108m의 워쉬타워를 링거 크레인이 들어서 세우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지난 9월 높이 108m의 워쉬타워를 링거 크레인이 들어서 세우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총 30억 달러(약 3조원)를 들여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짓고있는 글로벌 전초기지다. 유통ㆍ제과에 주력해온 롯데의 성장동력을 화학에서 찾고자 하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곳이다. 그는 지난해 6월 기공식에도 참석해 글로벌 화학기업의 비전을 밝혔다. 지난여름 허리케인 하비로 홍수가 났을 때도 하루에 한 번씩 보고를 받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해 6월 레이크찰스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중인 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 롯데케미칼]

지난해 6월 레이크찰스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중인 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 롯데케미칼]

롯데가 삼성의 화학부문 3개사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의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결과 올해 화학 계열사들이 롯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까지 누적으로 2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 자체 기록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사 현장의 공정률은 예상보다 빠른 60% 이상이다. 한국에서 만든 공장을 일정하게 잘라 모듈 단위로 배로 실어와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공정속도를 앞당길 수 있었다. 에틸렌 프로젝트 매니저인 정승원 상무는 “이 때문에 부품 국산화율이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공사현장. 빨간색 링거 크레인 해체작업이 한창이다. [사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공사현장. 빨간색 링거 크레인 해체작업이 한창이다. [사진 롯데케미칼]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에탄 분쇄를 통해 연간 100만t의 에틸렌을, EG공장에서는 연간 70만t의 EG를 생산해낼 예정이다. 생산된 에틸렌은 EG로 전환돼 섬유업체의 원료로 팔린다.

중동ㆍ동남아도 아닌 미국 땅에 3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배경은 다름 아닌 셰일가스 때문이었다.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셰일가스 붐이 불면서 텍사스를 비롯한 남부 일대 곳곳에 파이프가 박혔고, 셰일가스가 생산됐다. 셰일가스에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에탄 가스가 상당량 섞여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동처럼 나프타 분쇄가 아닌 에탄 분쇄 공장 건설 붐이 일었다. 1차 셰일 붐이다. 롯데도 이 당시 한국업체로는 유일하게 막차를 타고 엑손모빌ㆍ셰브론 등과 함께 같은 배에 올라탔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부터 저유가로 7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셰일가스를 생산해봤자 비용도 못 건지는 시장이니 파이프 밸브를 잠가 버린 것이다. 에탄을 공급받는 루트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끝까지 남아 8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끌고 갔다. 유가가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지난해 말 이후 원윳값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고, 이 가격 하에선 셰일가스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이어서 요즘 텍사스에선 2차 셰일 붐이 일고 있다.

황 상무는 “배럴당 55∼60달러 유가를 가정하면 공장 완공 이후 두 공장에서 5억 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드와 내수 부진 때문에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을 화학 부문이 보완하면서 그룹 전체로는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크찰스=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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