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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의 계절, 성인 10명 중 3~4명 암검진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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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대장암.

김모(68·경기도 안양시)씨는 2013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진단받기 6개월 전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설사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먹은 게 탈이 낫나 싶어 한 두끼 굶곤 했다. 그러면 속이 다시 좋아졌다. 그해 10월 김씨는 잠자다가 갑작스러운 복통에 깼다. 새벽에는 심한 혈변까지 봤다.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 검사한 결과 대장암 3기였다. 김씨는 그동안 사는 게 바빠 병원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몸이 아프면 약을 사 먹고 말았다. 검진을 받으라는 건보공단 통지서를 받고도 무시했다. 김씨는 검진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말한다.

국립암센터 2017년 암검진수검행태조사 결과 #암 검진 수검률 65.1%, 2004년 대비 26.3%p 증가 #위암 72.2%, 자궁경부암 66.8%, 유방암 63.6%, 대장암 56.8% #한국인 많이 걸리는 위암·대장암 검진 수검률 감소세 #20대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 33%, 무료 대상자 확대 영향 #미수검 이유 대다수가 '건강해서' '경제적·시간적 여유 없어서'

성인 10명 중 3~4명이 암 검진을 제때 받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위암과 대장암 검진 수검률도 조금씩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2017 암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

2004~2017 암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암 검진 수검행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암 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은 65.1%였다. 조사가 시작된 2004년 대비 26.4%포인트 증가했지만 2014년(67.3%) 이후로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암 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은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권고하는 검진 주기에 따라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을 얼마나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여기에는 개인 암 검진 수검률도 포함됐다. 간암은 검진 대상자인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조사 참여자가 적어 제외됐다.

2017년 4대 암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

2017년 4대 암검진 권고안 이행 수검률

올해 암 종류별 수검률은 위암 72.2%, 자궁경부암 66.8%, 유방암 63.6%, 대장암 56.8%였다.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위암과 대장암은 수검률이 조금씩 줄고 있다. 위암 수검률은 2014년 76.7%, 2015년 74.8%, 2016년 73%고 대장암 수검률은 2014년 60.1%, 2015년 59.5%, 2016년 54.6%다. 김열(가정의학과 전문의)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대장암 검사(분변잠혈검사·대장내시경검사)의 경우 검사의 불편함과 어려움 등이 수검률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안재욱]

의료진이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안재욱]

암 검진으로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최귀선 교수 연구팀은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국가 위암 검진 수검자(8044명)와 미수검자(8044명)로 나눠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캔서'에 발표했다.

논문(2015)에 따르면 검진 수검자의 국한암(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진단율은 53.8%, 국소암(암이 주변 장기나 조직을 침범한 경우)은 23.7%, 원격암(암이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경우)은 8.2%였다. 반면에 검진 미수검자의 국한암 진단율은 40.6%에 그쳤다. 국소암은 29.5%, 원격암은 14.1%였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2010~2014)에 따르면 위암의 5년 생존율은 국한암 95.9%, 국소암 60.1%, 원격암 6.3%다. 김 부장은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조기암(국한암)일 때 진단될 확률이 커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권고안 미이행 이유

권고안 미이행 이유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부터 국가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자가 20세 여성까지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2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올해 수검률은 33%였다. 2014년 12.8%, 2015년 15.5%, 2016년 29.7%에 비해 증가했다.

암 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6점)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 (5.8점),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5.1점) 순이었다. 암 검진을 받은 동기로는 '건보공단이나 보건소의 검진 통보를 받고'(6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건강이 염려돼서' (15.7%), '직장의 단체 종합검진' (7.7%), '몸에 이상을 느껴서' (6%) 순이었다. 김 부장은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받는다"며 "암을 조기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챙겨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위암·유방암(40세 이상 남녀)은 2년, 자궁경부암(20세 이상 여성)은 2년, 대장암(50세 이상 남녀)은 1년, 간암(40세 이상 고위험군 남녀)은 6개월마다 암 검진을 받도록 권고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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