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곤의동물병원25시] 씹던 껌 뱉듯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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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병원에 보호자가 없는 동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길 잃은 동물이나 교통사고로 다친 주인 없는 동물을 길 가는 분들이 데리고 오거나 드물긴 하지만 병원에 진료를 맡기거나 위탁 또는 미용을 부탁하고는 찾아가지 않고 버리는 경우다. 가끔은 병원 앞 박스에 아픈 동물이나 어린 동물을 일부러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의 고양이가 그런 경우다.

병원 입장에서는 참 곤란한 문제다. 동물병원에서 그런 동물을 보살펴 주는 것이 의무인 줄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듯하다. 물론 동물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없는 동물을 키우겠다는 분의 경우 저렴하게 치료를 해드리거나 기타 편의를 봐 드릴 수는 있지만 모든 동물을 다 보살필 수는 없다. 혹시 보호자가 나타나 데려 가는 경우도 있어 일정 기간 병원에서 보호하기도 하지만 결국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다른 입양자를 찾아 보내거나 동물 보호소로 보낼 수밖에 없다. 동물 보호소로 보낸 동물의 운명은 한 달 정도의 계류 기간을 거쳐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보호소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즈음은 한 달에 천여 마리의 동물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해진 공간과 예산으로 모든 동물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길을 걷다 보면 보호자 없이 홀로 다니는 개나 고양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녀석들의 대부분은 유기견이나 유기 고양이들이다.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홀로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홀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보다 힘센 동물에게 물리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때로는 개구쟁이들에게 발견돼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유기 동물의 문제는 그 동물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공중보건상의 문제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동물의 배설물로 인한 사람의 감염 문제나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봉투 등을 파헤쳐서 생기는 환경 오염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요즈음 이런 문제 때문에 유기 동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동물 관련 단체나 정부 기관들에서 노력 중이다. 그중 하나가 애완동물 등록제다. 애완동물의 보호자가 동물을 등록해 책임감 있게 건강관리를 하며 혹시나 유기 동물이 되었을 경우 동물의 몸에 삽입된 칩의 정보로 보호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아직은 적극적으로 실행되고 있지는 않은 듯하지만 속히 정착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일부러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에게는 따끔하게 책임을 묻고 집을 잃은 동물을 이른 시간 내에 보호자를 찾아 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박대곤 수 동물병원장 (pet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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