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해결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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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화위가 중간결산으로 제시한 광주사태 치유방안은 당초의 기대치를 웃도는 「노작」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기에는 어딘가 미흡한 느낌이다.
광주사태의 성격을 「광주학생·시민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규정한 것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몰아세웠던 어제와 비교해볼 때 엄청난 발전임에는 틀림없다. 광주사태의 원인이 「과잉 진압」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도 그렇다.
어찌 보면 피해자측에서 「책임자」라고 지칭하는 가해자측이 계속해 힘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금으로선 그 같은 방안이 최상의 방책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는 쌍방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같은 결론이 정답이라 할지라도 정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생략 된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은 깃 같다.
「과잉 진압」 이상의 직접원인을 찾아낼 수 없거나, 쌍방 책임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 해결의 출발은 정확한 진상규명에서부터 이뤄져야하며 그것도 피해자측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돼야 한다는 것이 피해자측의 바람이다.
민화위는 『8년이 지나 진실 발견이 어렵고 자칫 상반된 진술이 나올 수 있는 데다 조사하다보면 보상이 늦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문제는 덮어두었다.
특히 진상 조사를 건의할 경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그 결과에 따라야하므로 위원회로선 당장 아무런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고 현실적인 고충(?)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민화위측의 입장은 민화위가 새 정부 출범까지의 한시적 기구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태의 근치는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광주사태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성격 때문에 8년이란 세월은 이사건의 진상 규명을 시작하기엔 아직도 오히려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허남진<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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