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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부 대책 한달도 안돼···또 무너진 타워크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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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서 휘어진 채 넘어져 있는 타워크레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서 휘어진 채 넘어져 있는 타워크레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9일 오후 1시10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현장 근로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9일 용인서 또 타워크레인 사고 7명 사상 #10월 의정부 사고 후 대책 마련 '공염불' #국내 등록크레인 20년 이상 20.9% 달해 #수입물량 절반이상 중국산 서류 속이기도 #타워 크레인 정기검사 기관 신뢰성 떨어져 #"사고 조사 후 문제점 드러나면 처벌할 것"

일각에서는 타워크레인을 높이는 작업 도중 갈고리 이동장치인 트롤리가 움직였고, 이에 상부 지브(jib·물건 들어올리는 팔)이 무게중심을 잃어 쓰러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타워크레인 장치별 명칭. [자료 브리태니커 비쥬얼 사전]

타워크레인 장치별 명칭. [자료 브리태니커 비쥬얼 사전]

앞서 지난 10월 10일 의정부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자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6일 사고예방을 위한 정부 합동 안전대책(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인명사고가 났다. 정부 대책은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

지난 5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지난 5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타워크레인 붕괴 사망사고는 걸핏하면 터진다.
지난 5월 남양주시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근로자 3명이 숨졌다. 같은 달 경남 거제시의 삼성중공업 선박 건조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로 올해만 18명이 숨졌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을 ‘하늘 위 흉기’로까지 부르기도 한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잦은 주요 이유로 현장 근로자들과 전문가들은 설비 안전의 취약성 등을 꼽고 있다.

지난 10월 의정부 낙양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0월 의정부 낙양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10일 고용부·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의정부시에서 철거 도중 넘어진 타워크레인은 제조된 지 27년 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원인이 노후 부품 등 기기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정확한 사고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의 건설기계 등록현황 기준(올 9월 말 기준)을 보면, 국내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총 6074대다. 이 중 연식 10년 이상이 44.4%(2695대)를 차지한다. 이 중 20년 이상은 20.9%(1268대)로 적지 않은 숫자다.

국내 등록 타워크레인 연식. [자료 국토부]

국내 등록 타워크레인 연식. [자료 국토부]

국내 등록된 크레인의 제조국은 국산이 43%(2599대), 수입이 57%(3475대) 규모다. 수입의 경우 중국이 1344대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이탈리아 430대, 프랑스 326대, 독일 286대 순이다.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중국산 크레인은 2015년 262대, 지난해 689대 수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국내 등록타워크레인 제조국별 현황. [자료 국토부]

국내 등록타워크레인 제조국별 현황. [자료 국토부]

문제는 중국산 중고 크레인의 경우 제작 일자 조작 등으로 연식이 더 오래됐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근로자들의 지적이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장은 “10년도 넘은 장비가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서류 등록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타워크레인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부품 결함 등을 잡아내지 못하는 형식적인 타워크레인 정기 검사 관행도 지적된다. 타워크레인은 국토부에서 위탁받은 6개 기관으로부터 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받는다.

소방대가 의정부 크레인 사고 부상자에 대해 긴급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소방대가 의정부 크레인 사고 부상자에 대해 긴급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수수료를 받는 검사기관들이 검사를 까다롭게 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 크레인 대여 업체들이 그 기관에 검사를 맡기려고 하지 않다 보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6개 기관에서 모두 5074건의 검사가 이뤄졌는데 기관별 불합격률은 최대 17.9%에서 최소 1.7%로 들쭉날쭉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검사원이 종이(서류)만 보고, 적합 판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며 “사용 기간에는 상관없이 동일한 검사만 한다. 검사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고 검사원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위치도. [연합뉴스]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위치도. [연합뉴스]

국토부와 고용부는 지난달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예외적 연장허용)하고, 15년 이상은 2년마다 비파괴검사(용접 부분 등에 초음파를 이용, 균열 여부를 검사하는 것)를 실시하는 안전검사 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현재 등록 크레인 전수검사 중인데 또 사고가 터졌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전날 용인사고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다”며 “사고대책본부를 설치,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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