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앙과 정신건강-허정<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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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생활정도가 올라가고 건강수준이 높아지면 역설적으로 병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또 나이가 많아지면서 무병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조사에 따르면 45세가 넘으면 약55%의 사람들이 치료를 받아야할 병을 갖게 되며, 65세가 되면 85%의 사람들이 병을 갖게된다. 불행한 얘기지만 장수자일수록과 더불어 살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생리적 기능도 나이를 먹을수록 감퇴된다. 45세가 된 사람의 간 기능은 20대에 비해 약4분의1이 떨어졌다고 봐야하고, 60세쯤이면 입안의 미각세포도 3분의1로 줄어들어 젊었을 때 맛있던 음식도 입에 당기지 않게 된다.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에 관심을 갖게되고 이들의 자랑스런 투병기나 극복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만성병의 경우 대개 완치란 생각키 어렵다. 그 때문에 병과 더불어 공생한다는 종병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때가 되면 병들고 또 인생을 끝마쳐야한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한 즐겁게 잔병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도록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염려속에 살아도 좋지 않다. 소심하고 의욕이 떨어지면 자율신경을 통해 위장기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위산과다나 위궤양, 아니면 고혈압을 유발하기 쉽다. 불면증은 불면증을 걱정할수록 악화되고 대부분의 심신병은 즐겁게 인생을 살때 진짜로 이겨나갈 수 있다.
우리주변에서도 교회에 나가 성실한 신앙생활로 난치병을 극복했다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절에 가서 잡념을 떨치고 수양을 했더니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무턱대고 신기한 무속적인 주술이나 마법에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는 건전한 신앙생활은 건강관리를 위해 도움이 된다. 공자도 「지자는 물을 즐기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며 인자는 조용하되 수한다」고 했다. 물론 이때 「인자수」를 인자가 오래산다고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매사에 흔들림이 없고 두려움 없이 주어진 여건속에서 즐겁게 산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 즐겁게 세상을 살게 되면 늙어가는 것까지 잊고 살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산업사회는 갈등과 고뇌속에 살수밖에 없는 외롭고 불행한 현대인을 양산하고 있다. 정신적인 안정이나 정서적인 균형을 원할때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건강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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