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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사는 통치의 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구나 예산보다 어떤 인물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바람직한 인물이란 어떠한 자질의 소지자며 그러한 인물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을 물색하는데 필기나 면접시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탐나는 인물에게 권력이나 돈을 주고 한번 써보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권력과 돈을 손에 넣기 전과 후가 너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사람을 고르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 중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한나라 정부의 책임자로서 인사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선 그 대상에 따라 등용기준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정무관(장·차관 및 차관보와 1급)과 실적 및 능력에 따라 임용되고 신분보장을 받는 행정관(2급 이하)으로 나누어 기준을 달리해야한다.
우선 대통령 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무관 임용에 있어서는 다음 세 가지 유형의 인물을 피하는게 중요하다.
첫째, 과거의 경력에서 역사발전에 역행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했거나, 또는 정권의 성적과 관계없이 언제나 권력만 추구하는 해바라기성 인물이다. 둘째, 앞으로 반드시 불식해야할 대상으로 친일행동을 자발적으로 한 인물이다. 셋째, 지연·혈연·학연같이 어떤 특수한 인연에 위한 발탁이 적극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세 번째의 지·혈·학연에 따른 인사는 절대로 배격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이 같은 정실인사는 5·16이후 정치의 정통성이 취약해 집권층이 「믿는 사람」을 요직에 다수 기용하다보니 지역·동창·씨족주변을 너무 찾게 되었다.
이상 세 가지는 적극적으로 인사에서 배제할 요인이지만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할 사항도 지적하고 싶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은 이념·신념 면에서 민주·인권·정직성이 강한 인물이 기용되어야 하겠다.
왜냐하면 지난 5공화국이 이런 면에서 취약점이 많아 주로 지탄을 받았으며, 작년 말 선거 때 야당의 「군정종식」 주장이 호소력을 가졌던 것도 바로 민주화·인권옹호·청렴의 구현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데 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고려해야할 사항은 대통령이나 권력자의 눈치나 보고시키는 일만 무사안일로 처리하는 인물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성이 있는 인물이 기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전문성보다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인물이 선호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인물을 실제로 임용하는데 있어서 대통령 자신은 총리·장관급 이상만 직접 선정하고 차관 이하는 같이 책임지고 일할 장관에게 위임하는 것이 좋겠다.
직업공무원으로 실적주의 적용을 받는 2급 이하 공무원의 인사권은 실질적으로 기관장인 장관이나 청장에게 위임되어야 그 조직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며 권력집중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염두에 둘 일은 정치적 중립, 신분보장, 능력에 따른 인사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새 정부가 진정으로 구현할 정책의지가 있다면 과거 여러 번 시도하다 그친 인사위원회 같은 새 기구를 창설하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다.
기구의 명칭은 어떻게 하든 중요한 것은 독립성·합의성을 갖게 하고 인사에 관한 준입법·준사법권 및 고급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합의제 기구의 위원으로 임명되는 사람은 이념과 능력도 물론 중시해야하지만 이들의 지위·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 기구 창설의 실효를 거둘 수 있게 해야한다.
동시에 각 기관의 인사가 잘못 이루어지는 경우 시정 요청을 쉽게 할 수 있고 이 요청이 보복 없이 시행될 수 없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사회에 있어선 견제가 없거나 약한 권력은 언제나 남용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배분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치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우리 사회에선 계속 권력집중화 현상이 묵인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인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기관에 인사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인사권의 행사가 인사는 모르면서 권력만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되는 부조리를 예방할 뿐 아니라 부하일망정 전문가의 건의를 받아 결정하는 관행이 정착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 설정은 정부 조직의 개편을 불가피하게 한다. 「작은 정부」의 구현을 이룩하기 위해서도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행정개혁위원회 같은 기구를 한시적으로 구성, 집중적인 연구를 거쳐 합리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했으면 싶다.
인사는 통치의 근본이라는 말을 빌지 않더라도 새 공화국의 출범에 있어 인사만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어도 새 정부에 대한국민의 기대와 신뢰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확고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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