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10대들의 '이유 없는'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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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일 개봉한 영화 '이니셜D'는 극영화로는 드물게 자동차 경주를 다룬다. 같은 제목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홍콩 류웨이창(劉偉强).마이자오후이(麥兆輝) 감독이 함께 만든 것이다. 만화는 일본에서 46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한국.중국 등에도 번역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 경주지만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자동차 경주장과 관객들의 커다란 함성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주인공은 총알 같이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몰며 쾌감을 느끼는 10대 청소년들. 그것도 캄캄한 밤에 자동차 경주장도 아닌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차선도 무시해 가며 마구 질주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등으로 경찰의 단속대상이 될 뿐 아니라 운전자의 생명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분명한 범죄 행위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극장에서 눈으로만 보고 즐긴다면 나름대로 호쾌한 느낌은 있다.

제목인 '이니셜D'는 '미끄러지다'는 뜻의 영어 단어 드리프트(drift)의 약자. 모퉁이를 돌 때 바퀴가 미끄러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방향을 꺾어 주행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는 주로 각도가 큰 모퉁이 길에서 상대를 추월하는 데 사용한다.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다쿠미(저우제룬.周杰倫.27). 두부가게 주인의 아들인 그는 5년째 구식 도요타 승용차로 험한 아키나 산길을 넘나들며 두부배달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자동차 경주를 하는 패거리들과 만나게 되고 이들과 승부를 벌여 잇따라 승리를 거둔다.

자동차들의 현란한 질주 등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단순하다. 20여 권짜리 장편만화를 두 시간 이내의 분량으로 압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만화 팬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보인다.

일본의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홍콩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중국어로 말한다. 중화권에서 개봉했을 때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한국 관객들은 아무래도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가수로도 활동하는 저우제룬은 중화권에서 1000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 스타. 다른 배역도 거의 홍콩.대만 배우들이 맡았다. 일본인 연기자는 다쿠미의 여자친구 나쓰키 역의 스즈키 안(鈴木杏) 정도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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