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사람부터 키워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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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적 전문가를
원장으로 스카웃
내 연봉 3배 줄 것”

국내 첫 금융전문대학원인 'KAIST금융전문대학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의 산파 역인 KAIST 박성주 부총장을 만났다.

그는 "금융 전문인력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고는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전문대학원이 세워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부총장은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대가 심했다"며 "어떤 의원은 '자본 예속을 심화시키는 그런 학교를 왜 만들려고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장은 "한국이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금융과 관련한 규제를 더욱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KAIST금융전문대학원은 아직 대학원장을 영입하지 못했다. 외국인 전문가를 초대 원장으로 스카우트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총장은 "KAIST금융전문대학원을 세계 톱 클래스로 만들기 위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미국 경영대학원(MBA)의 학장급을 초대 원장으로 모실 것"이라며 "현재 3명 정도로 대상이 압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장을 모시려면 그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며 "내 연봉의 세 배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총장은 "세계와 경쟁하는 MBA가 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후원이 절실하다"며 "개인이나 기업이 후원한다면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처럼 후원자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AIST금융전문대학원의 첫째 후원자는 호주계 투자회사인 매커리가 됐다. 이날 개원식에는 매커리사의 존 워커 회장이 참석,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석좌기금으로 기부하는 협약식을 했다. KAIST금융전문대학원은 기존 테크노경영대학원의 '금융MBA' 과정을 독립 대학원으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외국인 교수가 보강되고, 교과 과정도 대폭 개편됐다. 한 학기 등록금도 기존 7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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