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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용어 부정적…새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미혼모 용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중앙포토]

미혼모 용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중앙포토]

‘미혼모(未婚母)’라는 용어가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해 새로운 단어로 바꿔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직 혼인하지 않은 상태서 자녀 낳은 여성’ #사회적 인식ㆍ차별로 힘들어하는 여성들, #‘미혼모’라는 용어 문제

성정현 협성대학교 교수는 6일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에서 열리는 ‘미혼모 호칭:정체성 확인과 차별적 효과 사이’ 세미나에서 ‘미혼모’ 호칭의 문제점을 주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효과적 정책지원방안을 모색한다.

성 교수가 전날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 따르면 미혼모들이 심각한 심리사회적ㆍ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특히 사회적 인식과 차별로 인한 배제로 힘겨워하고 있다. 성 교수는 이 이유로 이들을 규정하고 있는 ‘미혼모’라는 용어를 지적했다.

미혼모는 ‘아직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낳은 여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혼인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완 혹은 불충분의 존재로 정의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다.

성 교수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혼인을 하는 것과 자녀를 낳는 것은 더 이상 관습과 제도가 아닌 당사자의 주체적 선택과 결정에 의한 것이 되고 있다”며 “미혼모와 미혼모가 아닌 모(母)를 구별 짓는 인식과 행태는 차별적 구별 짓기에 해당하므로 ‘미혼모’는 다시 명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일각에서는 ‘미혼모’ 대신 ‘비혼모’를 사용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언웨드(Unwed)’나 ‘비혼’으로 대체하지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하면서 ‘미혼모’ 용어를 대체할 신조어의 개발과 활용을 위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포럼에 앞서 “미혼모라는 호칭이 쓰기 부담스러워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정책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미혼모라는 호칭에 차별과 인권침해가 깃들어 있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미혼모의 정치세력화에 유용하다는 반론도 있어오기도 했으나, 명칭의 정치적 효과와 개념적 유용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의 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럼의 발표내용을 통해 미혼모 호칭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혼모 대응정책이 활성화되고, 새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서울시 인권위원회, 서울시 성평등위원회의 ‘제111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은 6일 오후 2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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