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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경, 이번 낚싯배 참사 때도 늑장·부실 대응이라니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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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인 2014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구조·구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창설 61년 만에 해체 수모를 당한 해경은 올 7월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박경민 청장은 “완벽한 바다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달라졌을까. 지난 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해난 구조는 1분·1초가 생사를 가른다. 그런데 해경은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고속단정이 야간 항법장치가 없어 10분 거리를 16분 걸려 도착한 데다 구조요원이 없어 1시간23분이나 현장을 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조대용 고속보트가 없어 육로로 52㎞를 이동한 뒤 민간 어선을 얻어타고 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상 출동·구조 체계가 먹통이 된 사이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늑장 대응을 숨기려고 사고 시각을 오전 6시9분으로 4분 늦춘 정황도 확인됐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재난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해경의 무능함과 무사안일은 여전했고, “낚싯배가 피할 줄 알았다”고 한 급유선 선장도 팬티 바람으로 도망친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었다. 국감 자료를 보니 1시간 내 골든타임 대응률은 85.2%로 세월호 전보다 개선된 게 없었다. 해경이 보유한 23대 헬기 중 9대는 자동비행장치가 없어 야간 수색·구조가 불가능하다. 해상 근무 경험이 없는 간부의 요직 독식도 여전하다. 대체 3년간 뭘 했단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 책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런들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당장 구난 인력·장비·출동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허술한 낚싯배 출항·검사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 해경의 뼈아픈 자성과 혁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