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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암호화폐 성격 규정해 과세 방안 마련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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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정부 용어는 가상통화)는 세정 당국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에 대해서다. 현재는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세 기준이 불분명하다.

미·일 암호화폐에 법인·소득세 부과 #거래자료 제출 등 규제 강화도 필요

5일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17 국세행정포럼’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 이날 포럼엔 한승희 국세청장도 참석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기준 정립 및 과세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과세 기준이 없다”며 “이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거래자 본인확인제 실시, 거래소에 대한 거래자료 제출의무 부과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으로도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과세는 가능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암호화폐로 소득을 얻건 거래를 하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암호화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부과 여부가 달라진다. 암호화폐 거래를 물물교환으로 보는 독일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암호화폐를 통화로 간주해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는다. 김 교수는 “과세 과정에 혼란이 없도록 암호화폐의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승희 국세청장은 “글로벌화 및 정보통신(IT) 혁명이 심화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과세기준을 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라며 “중론을 모아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양병수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비트코인에 대한 성격을 규정해 어떻게 과세할지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가상통화의 사행성 투기 거래가 과열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법무부가 주관부처가 돼 추가 규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공청회에서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대표)는 “암호화폐에 거래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율이 있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정책은 4차 산업혁명 발전에 역행한다”라고 반대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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