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미국, 중동국가면 무조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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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미국 정치권과 언론이 난리다. 아라비아 반도에 매달린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포트월드(DPW)가 미국 내 6개 주요 항만의 운영권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항만 안보는 곧 국가 안보다. 이번 거래는 백악관의 판단 실수"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공격했다. 뉴저지주는 지난주 이 거래를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항만 관리를 중동계 회사에 맡길 경우 미국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논리다. 이들은 9.11 테러범들이 두바이가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출신이라는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UAE가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를 비호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인정했고 자금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UAE 출신이 테러를 저지른 적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친미.친서방이라 해도 중동 국가라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부시 행정부는 UAE가 대(對)테러전에서 미국의 굳건한 맹방이었다면서 이번 거래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말발은 잘 먹히지 않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중동 전체를 테러 우려 지역으로 간주하고 전쟁까지 감행한 부시 행정부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반발이 심해지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UAE 지도자들과 만나 3월 2일로 예정돼 있던 최종 계약을 늦추자고 제안했다. 결국 DPW는 항만 인수를 일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물론 중동도 이번 일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지금 미국에 투자돼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중동의 돈은 환영하지만 중동 기업이 미국에 들어와 영업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논평했다. 이런 식이라면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부작용만 낳을 뿐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DPW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기업이다. 부산 신항의 대주주다. 앞으로 한국도 미국과 중동을 놓고 선택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이란 핵문제도 그중 하나다. 그럴 경우 국익이 최대 기준이겠지만 우리가 중동에 어떤 편견이나 차별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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