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타도 앞장선 '아이팟' SW 개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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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초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아이팟(i-pod)'을 타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무모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승산을 자신했다고 한다. 회심의 '비밀 병기'를 챙겨뒀기 때문이다.

아이팟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프로그래머 폴 머서(38)가 바로 그 주인공. 아이팟 타도의 선봉에 아이팟 개발의 핵심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달 초로 예정된 삼성의 mp3 플레이어 'Z5'의 출시를 앞두고 두개 면에 걸쳐 머서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머서는 애플에서 잔뼈가 굵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시러큐스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뒤 애플에 입사한다. 거기서 매킨토시용 프로그램을 개발, 두각을 나타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제작시 세세한 끝마무리까지 신경을 써 프로그램 안정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머서에 대한 동료들의 평이다.

94년 애플에서 나와 픽소(Pixo)라는 회사를 차린 것이 머서에겐 전환점이었다. 매킨토시의 저조한 판매로 고전하던 애플은 새로운 개념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개발키로 하고, 프로그램 개발을 머서에게 맡긴 것이다. 그는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안정적인 아이팟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애플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음악파일 다운로드용 프로그램인 '아이툰(iTune)'도 함께 개발해 안정적인 음악 내려받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아이팟 성공의 열쇠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회사 픽소의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100여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를 불렀다. 결국 2003년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 흡수됐다.

머서는 다시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아이벤터다. 삼성은 이 소식을 듣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머서도 흔쾌히 응했다. 삼성과 일을 하기로 한 데 대해 그는 "매킨토시용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나의 일관된 바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머서는 "정보와 미디어를 완벽하게 검색할 수 있는 개인휴대용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최대의 꿈"이라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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