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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왜곡된 성 의식 바로잡는 계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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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 의원은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은 술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여성을 동료나 일의 파트너로, 아니 똑같은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사건을 일으킨 화근이다. 더구나 술집주인인 줄 착각했다는 변명은 그의 왜곡된 여성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직자나 의원들을 대상으로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치외법권 지대에서 법따로 말따로 행동따로 살아온 의원들의 행태가 이 같은 사태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최 의원에 대한 징계와 함께 당장 성폭력 예방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쏟아내는 사후 대책보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하는 예방교육이 백 번 낫다. 국회 윤리강령에도 성범죄 관련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 각 당이 공직후보를 고를 때도 이런 점을 참조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사건을 막을 수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왜곡된 성의식이 비단 국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성범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선입견을 갖고 보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하다. 반면 성범죄 피해자가 받는 충격은 평생을 간다. 일각에서는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되는 것에 못마땅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신의 성의식을 되돌아보고 성적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에게, 가정에서는 아들딸들에게, 그리고 직장에서는 일하는 모든 남녀가 양성 평등 의식을 기르는 교육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