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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라더스' 김용화 감독 "코미디라도 억지로 웃기긴 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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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이범수 주연의 '오! 브라더스'(5일 개봉)는 하반기 한국 영화의 다크호스가 될 듯하다. 드라마와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웃음을 유도하는 장치가 억지스럽지 않아 뒷맛이 개운하다.

그동안 이른바 조폭 코미디나 성을 소재로 한 코미디물에 신물이 난 관객에겐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갑기까지 하다.

기획 영화의 경우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기 일쑤지만 '오! 브라더스'는 다르다. 배우들에게서 생생한 연기를 끌어내고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섞어가며 따뜻한 이야기를 무리없이 끌어간 연출자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올해 서른 한살의 김용화 감독은 '오! 브라더스'의 시나리오를 닷새 만에 썼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그는 이 영화가 더스틴 호프먼.톰 크루즈 주연의 '레인맨'과 흡사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동안 알지 못하고 지내던 이복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만나는데 그 중 한 명은 질병을 앓고 있고, 그 병을 이용해 돈을 벌다가 나중에 서로를 이해하고 형제애를 되찾는다는 설정이 그렇다.

"큰 줄기만 같을 뿐 세세한 부분에선 전혀 다르다. 영화에서 이야기란 다양한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시나리오에만 집착하면 영화는 생명력을 잃는다. 같은 이야기라도 감독이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떤 톤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1백80도 다른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

사실 '오! 브라더스'는 '레인맨'과는 달리 동생이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것으로 설정해 전혀 다른 웃음 코드를 이어나간다. 12세의 동생 봉구(이범수)가 실제로는 형(이정재)과 비슷하거나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다.

"조로증은 아이러니를 내포한 질병이다. 신체와 정신의 심각한 불균형이 어떤 비애감을 품고 있기도 하고. 난 진정한 코미디는 페이소스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데 그런 점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에서 보였던 건달기에 코믹 터치까지 더해 최고의 역량을 보여줬다.

"정말 잘해 줬다. 이범수도 고맙고. 연기란 배우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기 대사만 아무리 잘 외워봐야 안 된다는 말이다. 상대가 하는 말을 경청해서 거기에 맞게 반응해야한다.

그래서 호흡이 중요하다. 겪어보니 두 사람은 아주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도 영화를 끝낼 쯤에는 스스럼없이 툭툭 치면서 대할 정도로 서로 박자가 척척 맞았다."

그는 드라마가 살아있는 대중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억지로 웃기려 들거나 화려한 영상만 추구하는 영화를 혐오한다.

"흔히 비주얼 비주얼 하는데 눈요깃거리를 만끽하려면 전시회나 쇼를 보러 가지 왜 영화를 보는가. 영화란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살아있어야 한다. 그래서 리들리 스콧이나 마이클 만.브라이언 드 팔마 같은 감독이 좋다. 스콧 감독의 '트루 로맨스'는 아마 1백번도 더 봤을 거다. 마이클 만의 '히트'도 좋고. 난 작품이 마음에 들면 수십번 이상 반복해서 보는 타입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 영화가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글=이영기,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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