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등 주며 꾸준한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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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닐라=박병석 특파원】조중식 한일개발사장은 6일 한배수·최성권씨가 석방된 직후 『인간으로서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전기를 비로소 잡은 것은 석방 9일전인 1월28일.
그동안 모두 7차례에 걸쳐 편지왕래가 있었고 10여차례나 식료품과 간단한 생필품 등을 공급해주면서도 직접 협상은 갖지 못했다.
그러던중 1월 28일 연락요원을 통해 NPA로부터 『31일 일요일 하오3시쯤 라오악시에서 23km쯤 떨어진 지점에서 직접협상을 갖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일측이 크리스머스때를 비롯, 기회있을 때마다 쌀30여 가마에 수백켤레의 운동화·분유·음식물 등을 꾸준히 그들에게 지원했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31일 산속에서 이뤄진 협상에는 한일에서 이강목 상무·이상봉 라오악 현지사무소장·안찬룡 과장 등 3명이, NPA에서는 중무장한 20명이 참석했다.
선채로 통역없이 영어로 진행된 1차 협상에서 NPA는 한일이 ▲앞으로의 공사에 NPA계 사람(주민)을 최대한 고용하고 ▲가난한 주민들을 적극 도와주며 ▲TV·카세트·비디오 등을 포함해 쌀·신발 등 자신들의 보급물자를 공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일은 어려움이 있음을 환기시키면서 NPA측 요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엿새후인 지난6일 하오1시 라오악에서 북동쪽으로 18km쫌 떨어진 지정장소에 2차 협상을 위해 이상무와 안과장이 도착하자 NPA측은 지역사령관인듯한 사람을 포함해 30명쯤이 완전무장을 한채 기다리고 있었다.
협상은 기대한대로 한일측이 적극적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쉽게 타결.
곧이어 한·최 두 사람이 나타났고 한일측에 인계됐는데 이때가 하오2시30분.
수염과 머리는 텁수룩하지만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는 한·최 두 사람은 이상무 등의 어깨를 얼싸안으며 『고맙습니다』라면서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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