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선거전 대장정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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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의 88년 대통령선거전이 8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계기로 공식 개막된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경쟁자들은 각기7월과 8월의 후보지명 전당대회까지 반년을 남겨놓고 지금부터 예비선거 또는 코커스(지방당대회)를 통해 지지대의원 확보경쟁에 들어간다.
과거 미대통령 후보지명대회에 나갈 각당 대의원은 전부 코커스라고 불리는 주당지도자회의에서 선출했다. 오늘날은 예비선거가 코커스를 대치하고 있는 추세다. 민주당은 총대의원의 70%를 예비선거를 통해 뽑는다. 공화당도 비슷하다. 코커스 과정이 복잡하여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경쟁사들이 코커스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의원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커스와 예비선거를 통틀어 첫번째 실시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는 경쟁자간의 판세가 유권자에 의해 드러나는 점에서 큰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아이오와주 코커스의 초점은 공화당쪽의 두 후보경쟁자「조지·부시」부통령과 「로버트·돌」상원원내총무간의 싸움이다. 이 두사람 사이의 승자가 사실상 11월 백악관을 점령할 것이기 때문이다. 69년이래 지금까지 실시된 다섯 차례의 선거에서 「지미·카터」의 승리를 제외하고 네차례나 민주당을 패배시킨 공화당은 이번에도 「7명의 난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인 무명의 민주당진영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경쟁의 중요성 때문에 공화당쪽 선두주자「부시」와 그를 바싹 뒤쫓고 있는 「돌」간의 입씨름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추격자「돌」은 이란 콘트라비위에 대한「부시」역할을 붙들고 늘어지는가 하면 「부시」는 「보통사람」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돌」이 사실은 거액의 재산을 모아놓고 있다고 주장, 납세기록공개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일단 아이오와에서는 「부시」보다는 「돌」이 우세한 것으로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여론조사·선거자금·조직력에서 월등한 「부시」는 8일 후 실시될 뉴햄프셔 예비선거 및 남부에서 강세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번 아이오와에서 「돌」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하고 근소하게 이기거나 혹시「부시」가 우세하면 게임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 두 사람에 이어 3위를 차지, 초반탈락을 모면하고 재기를 노리는 경쟁자들로 「잭·켐프」하원의원(뉴욕), 「태트·로버트슨」목사, 「피트·듀퐁」전 델라웨어 주지사, 「알렉산더·헤이그」전국무장관등이 있다.
「로버트슨」목사의 신자지지세력이 불가측한 성격이며 의외의 결과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선두「부시」가 어느정도 제동이 걸리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민주당쪽에서는 「리처드·겝하트」미주리출신 하원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용으로 미 상법수정안을 제출했던 장인으로 아이오와 텔리비전광고에 일본·서독과 함께 한국에 대해 직설적인 통상비방을 퍼붓고 있는 「겝하트」는 지난 여름휴가때 전 가족을 아이오와로 끌어들여 총99개 군을 전부 순회할 정도로 이곳을 집중 공략해왔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이곳의 2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클·듀카키스」매사추세츠주지사는 뉴햄프셔에서 승리가 예상되며 「폴·사이먼」상원의원(일리노이)도 바싹 3위에 와있어 사실상 3파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여자문제로 구설에 올라 후보경쟁을 사퇴했다가 다시 뛰어든 「게리·하트」전 상원의원(콜로라도)과 「제시·잭슨」흑인목사는 이곳 선두경쟁에서 처져있고 「앨버트·고어」상원의원(테네시)은 남부에 전념할 생각이고 「브루스·배비트」전 애리조나주지사가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양 진영에서 누가 후보로 지명되건 이번 미국대통령선거는 90년대 미국내 정치와 외교정책의 중요심판의 기회가 될 것이다.
내정에 있어서 공화당은 「부시」나 「돌」모두 「레이건」노선을 유지, 자유무역과 작은 정부를 통한 자유기업정책을 계속 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겝하트」가 가장 두드러지게 행동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도 기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와 규제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외교에 있어서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 힘에 의한 평화실현을 믿고있는 공화당은 외교의 주체를 대통령으로 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의회의 비중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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