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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는 '슈퍼 갑'

중앙일보

입력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괴물' 오타니 쇼헤이(23·일본)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전국구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퇴짜를 놨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시아 선수들을 선택했지만, 오타니는 반대로 메이저리그 구단을 선택하는 수퍼 '갑'이 됐다.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4일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며칠 전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오타니가 우리 구단을 면접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보스턴글로브의 레드삭스 담당 기자 피트 아브라함도 트위터를 통해 "레드삭스 또한 오타니의 면접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자신을 영입하려는 이유' '투수·타자로서의 능력 평가' '왜 이 팀에서 행복하게 뛸 수 있는지 설명하라' 등 6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른바 1차 서류전형이었다.

이 전형에 양키스와 레드삭스는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탈락했다. 특히 양키스는 오타니 영입을 위해 시즌 중에 일본으로 건너가는 등 엄청난 공을 들였다. 그 외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메츠, 밀워키 브루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미네소타 트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탬파베이 레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워싱턴 내셔널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오타니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 확인된 구단만 14개다.

1차 서류전형 합격 여부에 따라 오타니가 원하는 조건이 드러났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부지역의 팀이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서부지구 팀들이 대거 1차 전형을 통과했다. 오타니는 일본인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바탕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 사진

오타니 사진

오타니는 5일부터 본격적으로 2차 전형인 면접을 시작한다. 면접을 앞둔 구단들은 오타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전통적으로 일본 선수 영입에 앞장서 온 시애틀이 가장 적극적이다. 스포츠닛폰에 따르면 시애틀 구단은 펠릭스 에르난데스, 넬손 크루스 등 다수의 소속 선수들에게 5∼8일 일정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캘리포니아 주 LA에 있는 오타니의 에이전시인 CAA 스포츠에서 오타니와 면담할 때 이들을 대동하기 위해서다. 또 시애틀은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을 약속했다. 오타니를 지명 타자로 쓰고 크루스를 외야수로 돌릴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다저스의 야수 엔리케 에르난데스는 이날 팀이 1차 서류전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트위터를 통해 오타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오타니가 만약 다저스에 온다면 내가 포지션을 바꾸겠다. 불펜에서 공도 받아주겠다. 나는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 마에다 겐타와도 매우 친하다"며 오타니에게 뜨거운 구애(?)를 펼쳤다. 시속 160㎞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한 시즌에 20홈런을 넘게 치는 오타니 영입전의 최종 결과는 23일 나온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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