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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라고? '임무 완수'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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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4인 7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는 우즈. 그는 이 홀에서 1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았다. [USA TODAY=연합뉴스]

파4인 7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는 우즈. 그는 이 홀에서 1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았다. [USA TODAY=연합뉴스]

타이거 우즈(42·미국)가 돌아왔다. 우즈는 4일(한국시각)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통해 10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했다. 성적은 예상보다 좋았다. 첫날 69타, 2라운드에서 68타를 쳤다. 강풍이 분 3라운드에서 75타로 주춤했지만 최종라운드 68타를 치면서 8언더파를 기록했다. 최고 선수 18명이 나온 이번 대회에서 9위로 경기를 마쳤다.

PGA 투어 히어로 월드 챌린지 9위 #드라이버 거리 전성기 이상 나가 #랭킹 3위 장타자 토머스에 판정승 #퍼트 실력도 회복, 필요할 때 버디 #우즈 “남은 건 그린 스피드 적응뿐” #칩샷 실수, 과도한 스윙 문제는 남아

놀라운 것은 파워와 스피드였다. 거리가 전성기 때 이상으로 나갔다. 1, 4라운드 동반자는 지난 시즌 평균 310야드를 때린 장타자 저스틴 토머스(24·미국)였다. 수술을 7번이나 받은 42세의 우즈가 밀리지 않았다. 1라운드 첫 홀에서는 우즈가 324야드를 쳐 30야드를 더 보냈다.

드라이브샷의 평균 볼 스피드는 시속 179마일이었다. 지난 시즌 PGA 투어 19위에 해당한다. 더스틴 존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상 180마일) 등 장타자들과 거의 차이가 안 났다.

우즈는 300야드 남짓한 짧은 파 4홀인 7번홀에서 그린을 한 번에 공략했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이글도 잡아냈다. 파 5홀에선 271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그린을 넘기기도 했다. 한 동안 안 치던 2번 아이언도 썼다. 260야드를 날렸다. 동반자이자 세계랭킹 3위 토머스는 경기 전 “우즈를 환영하지만 혼내주겠다”고 했다. 그런 토머스에 우즈는 한 타 차로 이겼다.

퍼트 능력도 뛰어났다. 중요한 퍼트를 안정감 있게 성공시켰다. 우즈는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아프지 않았다. 복귀전에서 나온 문제는 그린 스피드 적응 뿐이었다”고 말했다.

7번홀에서 이글을 한 후 환호하는 우즈. [USA TODAY=연합뉴스]

7번홀에서 이글을 한 후 환호하는 우즈. [USA TODAY=연합뉴스]

과거 그는 자신의 몸과 관련해서는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수술 후 복귀할 때마다 다 나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기록 경신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었는지 우즈는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복귀했다. 그러다 부상이 도져 다시 수술을 했다가 또 다시 너무 일찍 복귀해 다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자 골프계에서는 그가 양치기 소년 같다고도 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그랬다. 15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는데 우즈는 아프지 않다고 했다. 매 라운드 초반에는 잘 하고 후반 들어 무너졌다. 버디를 가장 많이(24개)잡고 더블 보기를 6개나 했다. 17명중 15등을 했다. 이후 대회 출전을 강행하다가 다시 허리 수술을 해야 했다.

우즈는 "이번엔 다르다"고 했다. 그는 “9일 연속 골프를 하고 연습도 했는데 전혀 아프지 않다. 몸이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즈가 경기 중 표정을 찡그리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허리나 무릎이 아파서가 아니라 퍼트를 넣지 못했을 때였다.

1라운드 경기를 마쳤을 때 하늘엔 무지개가 떴다. 우즈는 2라운드 초반 버디 4개에 이글까지 잡으면서 한때 단독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전반 이글 하나와 버디 3개를 잡으며 31타를 쳤다. 10달 만에 경기한 선수라고 보기엔 너무나 화려했다.

2011년부터 그의 가방을 멘 캐디 조 라카바는 “내가 본 우즈 중 최고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복귀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0월 초 프레지던츠컵에서 “복귀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놀랄 만한 속도로 좋아졌다. 우즈는 “골프 클럽을 지팡이로 쓰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기대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은 대회 전 100배였다. 우즈에 1을 걸었다가 그가 우승하면 100배를 준다는 것이다. 이 배당은 1라운드 후 25배로, 2라운드 후엔 15배로 줄었다.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다음이다.

우승자 리키 파울러에 시상하는 타이거 우즈. [USA TODAY=연합뉴스]

우승자 리키 파울러에 시상하는 타이거 우즈. [USA TODAY=연합뉴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즈는 이번 대회 중 칩샷 실수를 여러 번 했다. 2015년 겪었던 칩샷 입스의 후유증으로 보인다. 우즈는 지난 5년간 1, 2라운드에서는 잘 치다가 압박감이 심해지는 3, 4라운드가 되면 성적이 나빠지는 패턴을 보였다. 우즈는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쳤다, 4라운드 후반에는 부진해 체력 문제도 보였다. 골프계는 또 진통제와 수면제 등의 약물 중독에서 벗어났는지 미심쩍어 하고 있다.

마흔 두 살인 우즈가 스무 살 때처럼 공을 멀리 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우즈가 스윙을 부드럽게 하는 것 같지만 다운스윙시 발이 돌아갈 정도로 강한 스윙을 한다"고 분석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전환동작시 누워야 할 샤프트가 세워져서 템포가 빨라지면 훅이나 푸쉬 슬라이스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즈는 건강하고 과거의 번뜩이는 재능을 다시 보여줬다.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마지막 날 61타를 친 리키 파울러가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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