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김관진 석방 납득한 법관 한명도 못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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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신광렬 판사(왼쪽부터) [중앙포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신광렬 판사(왼쪽부터) [중앙포토]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해 납득하는 동료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3명의 구속피의자를 풀어준 일에 인천지법 김동진(48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2일 자신의 SNS에 전체공개로 올린 비판글이다.

김 부장판사는 "그리고 내가 법관으로서의 생활이 19년 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다"고 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지난달 22일과 24일 '사이버 댓글공작사건'으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을 석방시키고 지난달 30일에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되 구속된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을 풀어준 일을 비판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신광렬 수석부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형사수석부''고위법관''그 법관'이라고 칭하며 글을 이어갔다. "그 법관의 권한행사가 서울시 전체의 구속실무를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있는데 이것을 비판하는 것이 왜 정치행위라는 식으로 폄훼되어야 하는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던 것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의 글은 "법조인들은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다"로 끝난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개입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걸 두고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주장한다) 판결'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특정 사건에 대해 공개 논평했다"며 김 부장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세 차례 재판을 더 거쳐 3년만인 지난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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