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위(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1일 전체회의에서도 개헌보고서 채택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형태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정부형태분과 위원장인 김종철 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당초 10월 말까지 자문보고서를 개헌특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모든 분과에서 보고서 초안은 제출했지만 보고서를 자문위안으로 할 지, 분과위안으로 할지 논의가 길어지면서 한 달이 흘렀다. 논쟁을 거쳐 기본권, 경제재정, 지방분권, 사법부 등 대부분의 분과가 분과위원회 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정부형태 분과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형태 분과는 오는 6일 개헌특위에서 정부형태를 주제로 한 토론 전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상호 국민대 겸임교수는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제 두 안을 다루는 보고서를 만드는 데 대해선 분과위원 모두가 동의를 표했다”면서 “오늘 아침에 상당히 격앙됐던 것은 (정부형태 분과의) 단일안을 만들고자 한 고집 때문이 아니라, 분권형 정부 제에 대한 기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김종철 교수(정부형태 분과 간사)가 대통령제 위주로 편향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판단에서다.
자문위원인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은 “정부형태 분과 내 분위기가 보고서에 정확히 기술돼있지 않다는 게 논란의 이유”라며 “한 번 더 모여서 얘기하면 정부형태에 대한 분과위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다”고 했다. 이 자문위원은 “유일하게 굳이 분과나 자문위가 단일안을 만들어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의가 있으면 두 가지 내용을 병기하면 된다. 6일까지 분과위원의 입장을 정확히 담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형태 분과위 간사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 교수는 "그간 20여차례 회의를 하며 보고서를 다듬어왔다. 분과위원 5명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과정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게 반영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일부 위원들이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 새 초안팀을 만들어서 다시 작성하자'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혼합정부제를 주장하는 위원이 다수라 기술 순서도 혼합정부제, 4년중임 대통령제 순으로 했고 각 안에 위원들 이름도 모두 기록해 다수의견, 소수의견을 구분할 수 있게 해놨다"며 "편파적이라는 의견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형태 관련해 우리 사회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분과 내 분열과 의견대립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의견의 다원성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된 것들만 기재된 안을 만들자”고 했다.
자문위원들은 또 보고서가 제출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개헌특위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들은 “개헌특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자문위원 간 숙의 과정이 없었다”며 “앞으로 헌법개정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 자문위 각 분과 간사와 위원장은 반드시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면대면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