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뒤늦게 "성추행 개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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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성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법무부와 구치소 측이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여성 재소자가 교도관에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는 주장이 23일 처음 제기되자 당시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27일 이를 번복, 성추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법무부는 이날 "성추행 사건의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성추행이 있었다는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 "성추행 보고 누락"=법무부는 23일 구치소 측의 보고를 토대로 "1일 교도관 이모(56)씨가 여성 재소자 김모(35)씨를 상대로 상담을 하던 중 김씨가'이혼을 해 출소해도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해 위로 차원에서 손 등을 잡았다"고 1차 발표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1차 발표를 번복했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도관 이씨는 여성 재소자 김씨를 상담하다가 "출소 후 밖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제의했고, 김씨가 웃자 이를 승낙 의사로 알고 껴안으려 했다. 이어 김씨는 여성 교도관에게 "이씨가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고 입맞춤하려고 해 이씨를 밀어냈다"며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구치소 측에서 정확한 사건 내용을 누락해 보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김씨가 수년 전부터 정신병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며 "성추행과 자살기도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짓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 "꼬리 무는 은폐 정황"=교도관 이씨는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이튿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김씨 가족들과 접촉해 2000만원에 서둘러 합의를 봤다고 한다. 이어 이씨가 자살을 기도하고 이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6일 구치소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법무부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23일에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여성 재소자가 성추행을 당했고 ▶교도관과 의문의 합의를 봤으며 ▶교도관이 직위해제됐는데도 법무부는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지휘계통에 대해서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4일부터 진상을 파악 중이다.

장혜수 기자

◆ 서울구치소 성추행 의혹사건은=사기죄로 1년4월의 징역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가 교도관 이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건이다. 성추행을 당한 뒤 18일이 지나 김씨는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 현재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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