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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최재혁 “소란한 밤 그린 녹턴, 좋았나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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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재혁

최재혁

제네바 국제콩쿠르의 네 번째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작곡 부문 1위에 오른 최재혁(23·사진)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직관적으로 자유롭게 곡을 썼는데 우승하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정해진 틀에 갇히고 싶지 않고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네바 국제콩쿠르 작곡 부문 1위 #“첫 도전한 큰 대회서 우승해 기뻐”

제네바 국제콩쿠르는 1939년 시작했으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다. 71년 첼리스트 정명화, 2013년 작곡가 조광호,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우승했다. 콩쿠르 개수가 많은 악기 연주자들과 달리 작곡가의 콩쿠르 우승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재혁은 “나갈 만한 콩쿠르가 없었고 제네바는 그중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대회였는데 처음 도전한 큰 콩쿠르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첫 작곡 선생님께서 내 음악 스타일이 자유로운 것을 보고 미국 유학을 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과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어느 순간 모차르트처럼 아름다운 멜로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4세부터 혼자 음악을 만들며 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작곡가 박정선에게 그를 데리고 갔다. 그는 곧 미국의 예술학교인 월넛힐로 유학을 떠났다. 최재혁은 “자유롭고 직관적으로 음악을 쓰는 게 즐겁고 좋다”고 했다.

2013년 만난 작곡가 진은숙도 그의 이런 성향을 응원했다.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선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진은숙은 최재혁에게 “더 자유롭고 새롭게 생각하라. 큰 그림을 그리고 형식 대신 색채를 떠올리라”는 조언을 했다. 진은숙은 지금도 매년 최재혁과 만나 작곡을 지도한다.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최재혁은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 3번으로 우승을 했다. 최재혁은 “녹턴(야상곡) 시리즈를 쓰고 있는데, 이번 곡은 특히 좀 다르게 썼다”고 했다. “녹턴이라고 하면 조용하고 멜랑콜리한 쇼팽의 녹턴만을 떠올리지만, 그로테스크하고 시끄러운 밤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클라리넷으로 사람의 비명 같은 소리를 내도록 하고 오케스트라의 화음에는 다양한 색을 입혀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해냈다.

2019년 5월에 학교를 졸업할 예정인 최재혁은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는 피에르 불레즈, 마티아스 핀처와 같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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