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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집배원, 바닷길 4㎞ 날아 득량도에 배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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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정사업본부 드론이 28일 전남 고흥 선착장에서 소포 1개, 일반우편물 25개 등 8가량의 우편물을 싣고 득량도 마을회관으로 배송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 드론이 28일 전남 고흥 선착장에서 소포 1개, 일반우편물 25개 등 8가량의 우편물을 싣고 득량도 마을회관으로 배송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집배원 장인길씨는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섬 득량도의 우편물 배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면적 1.9㎢, 해안선 길이가 6.5㎞에 불과한 이 섬에는 주민 총 56가구가 산다.

국내 첫 우체국 드론 배송실험 성공 #소포·등기 8㎏ 싣고 10분 만에 도착 #하루 8시간 업무, 1시간 이내로 줄어 #수도권 비행 규제로 상용화 먼 길

장씨는 매일 오전 8시 득량도에서 배를 타고 고흥 녹동항으로 이동한다. 항구 근처 도양우체국에서 득량도로 들고갈 우편물을 분류해 챙긴 뒤 오후 2시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그는 매일 왕복 17㎞, 80분 거리를 배로 이동하며 평균 53통의 소포·등기를 배달한다.

우정사업본부가 28일 시범적으로 선보인 드론 택배 서비스는 장씨가 하루에 8시간 이상 걸리는 우편물 배송 업무를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특히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섬과 육지 사이 3.8㎞ 거리를 사람 없이 드론만으로 10분 만에 물건을 나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날 첫선을 보인 우편 배송용 드론은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협력해 제작했다. 이 드론에는 카메라와 택배 보관함, 정밀 이착륙 제어 장치가 달려 있다. 부피 48X38X34㎝, 총 10㎏ 이내의 소포·등기만 실을 수 있으며 최대 20㎞, 왕복 40분 동안 운항한다.

이날 오후 고흥군에 마련된 선착장에서 뜬 드론은 우편물 8㎏를 싣고 고도 50m 상공으로 자동 이륙했다. 득량도 마을회관에 도착한 드론에서 집배원 장씨가 우편물을 꺼냈다. 이후 드론은 다시 자동으로 이륙해 출발지인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매일 육지에 가서 우편물을 가져오는 과정이 단축된 만큼 주민들에게 더 빨리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편물·택배를 배송할 때 드론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도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영국 런던 인근 농가에서 팝콘과 TV 셋톱박스를 드론으로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알리바바와 독일 DHL 등도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고 드론 택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번에 드론을 띄워 우편물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드론 택배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 운항에 대한 각종 규제와 국내 기업들의 부족한 기술력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실제 우편물을 매일 드론으로 날릴 수 있는 시점은 5년 뒤인 2022년 정도일 것”이라며 상용화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드론 비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산업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이달부터 보험만 가입하면 야간 혹은 사용자 눈으로 볼 수 없는 먼 곳에도 드론을 날릴 수 있다. 그러나 공항 반경 9.3㎞ 일대와 사람이 밀집한 대도시에선 여전히 드론 비행이 금지되어 있다. 국내 택배 물동량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드론 택배가 보편화하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선 도서 산간 지역의 우편물을 배송하는 일과 재해 지역에 긴급 구호 물품을 배송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가 각각 드론 택배 상용화를 준비 중이지만 아마존 등 해외 IT·물류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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